KT `종업원 지주회사` 변신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우리사주조합을 1대주주로 하는 종업원지주제(ESOP) 회사로 변신한다.

 KT(대표 이용경)는 지난 8일 노동조합 투표를 통해 종업원지주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한 2003년도 단체협상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이 1대주주인 종업원지주제는 국내 통신사업자 가운데 처음이며, 이로써 KT는 지난해 민영화 뒤 다소 불안했던 지배구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KT는 지난해말 SK텔레콤과의 주식맞교환 후 외국계 펀드인 브랜즈가 1대주주(6.39%)인 상황을 초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이 1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겨왔으나 이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타결된 단협안에 따르면 KT 노사는 직원 연간 기본급의 4%를 직원과 회사가 일대일로 분담 출연한 기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총 4만3000여명 전직원의 연간 총 기본급을 따지면 1조4500억원에 달해, 이 가운데 4%를 주식매입에 쓸 경우 약 134만주(지분율 0.43%, 8일 현재 시가기준)를 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종전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 5.98%와 추가지분 0.43%를 합치면 총 6.41%로 외국계 브랜즈를 제치고 우리사주조합이 1대주주로 등극한다.

 KT는 이르면 오는 9월 종업원지주제 출연과 주식취득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늦어도 연내에 종업원지주제 회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KT는 “그동안 제도적인 논란거리가 돼 왔던 지배구조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또한 모든 직원들이 더욱 애사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노사협상은 KT가 지난해 민영화한뒤 처음 진행된 단체교섭으로 지난 50여일간 총 27회에 걸쳐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5일 합의안을 도출한 뒤 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단체협상안의 주요 내용은 종업원지주제와 더불어 △기본급 2% 인상 △휴식년제 도입 △경영혁신에 대한 노사 상호노력과 승진자 호봉감축 조정 등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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