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기자의 게임속으로]샨다의 오만

 얼마전 한국 게임기자들을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가진 중국 샨다의 천텐차오 사장은 “앞으로 1∼2년 내에 중국이 한국 게임산업을 추월할 것이니 한국 게임업체들도 이제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술까지 대접하며 이 내용만큼은 꼭 전달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조만간 블리자드의 차기 기대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서비스할 계획”이라며 “미르의 전설2는 더이상 서비스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을 향해 이처럼 협박성 짙은 발언을 한 이유가 뭘까.

 이유야 어찌됐건 샨다는 로열티 지불을 무려 1년이나 미루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자체 개발한 게임이라는 ‘전기세계’도 ‘미르2’를 복제한 게임이라는 물증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어 소송으로 가면 질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 게임업체들 까불지 말고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해라’는 의미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발언을 하다니,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천텐차오 사장의 발언으로 샨다라는 중국 업체의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천텐차오 사장은 한국 기자들 앞에서 “샨다는 로열티 분쟁을 우호적으로 풀려고 노력해 왔다”며 “모든 잘못은 한국업체에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샨다는 서비스 초기부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매월 지불해야 할 로열티 지불을 거부하고, 기술지원이나 후속작에 대한 서비스권 등을 추가로 얻는 대가로 로열티를 지불했다는 것이 국내 게임업체 사장의 뒤늦은 고백이다.

 분쟁의 단초가 됐던 요구는 더욱 가관이었다. 불법서버 출현을 로열티 지불 거부 사유로 들고나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미르2를 통째로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요구를 해왔으니 국내 업체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들어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동안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액토즈소프트측도 “지난 6월 결렬된 마지막 협상에서도 문제가 된 저작권 침해 부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최종 사인을 하기 직전에 슬그머니 끼워넣는 행태를 되풀이 해 더이상은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문제가 된 조항은 △미르2에 대한 자체 업그레이드 허가 △미르2를 모방해 개발한 전기세계에 대한 저작권 인정 △저작권침해 사항을 없었던 일로 해줄 것 등 그동안 요구해 왔던 미르2를 그대로 넘겨달라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천텐차오 사장의 발언은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의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는 상하이에 있는 한국 게임업체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 국제소송을 더이상 피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지난번 기자간담회에서 알맹이 없는 이야기만 해 기자들을 실망시켰던 액토즈소프트도 내주께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약서 내용까지 공개하며 그동안의 전말을 모두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만큼은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꿔가며 농락하고 있는 샨다에 끌려다니지 말고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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