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수퍼지능칩 기술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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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 인하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필자 약력

 

△7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78년 서울대 전기공학 석사

△86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박사

△79∼82년 해군사관학교 전임강사

△86∼89년 미국 노틀담대학교 조교수

△94∼95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방문교수

△97∼98년 인하대 집적회로설계센터 소장

△98∼00년 인하대 입학관리본부장

△01∼현재 수퍼지능기술연구소장

 지난해 12월 과학기술 발전의 장기 지표를 설정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한 국가기술지도를 살펴보면 전체 14개의 기술항목 중 6개의 분야에 ‘지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며 광의로는 10개항이 이와 관련되는 토픽들로 구성됐음을 볼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디지털 시대를 이어갈 차세대 기술의 요건으로 ‘지능적 특성’의 중요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능적 특성이란 무엇인가.

 지능적 특성이란 학습, 추정, 적응 및 진화, 그리고 인간수준의 인식능력 및 능동적 대처능력 등 인간의 지적능력을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고 및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지능적 특성의 구현을 위해서는 그 기능으로 볼 때, 인간의 지능을 보조하되 현장성있게, 그리고 개별적 요구에 따른 맞춤형 지능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 또 형태적으로는 휴대가 간편하고 생명체의 구조적, 기능적 모방을 통해 유비쿼터스 개념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생태시스템(ecosystem)의 형태를 지향한다. 이러한 지능성 구현기술은 지능적 특성을 기존기술에 부가함으로써 사용편이를 한차원 끌어올린다는 데 차세대 기술로서의 큰 의의가 있다.

 지능성과 더불어 미래기술로서 특기할 만한 요건은 인간과 기계의 정보공유라고 할 수 있다. PC는 더 이상 한정된 사용자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전문도구가 아닌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 PC의 차세대 제품으로 우리는 흔히 포스트PC라고 해서 스마트PDA·타블렛PC·네트워크컴퓨터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들은 일반 PC에 비해 크기가 작고 주변장치가 간소하며 접근성이 더욱 용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융화컴퓨터(pervasive computing)라 해서 적재적소에 활용돼 컴퓨터의 형태를 부정하고 심지어 컴퓨터의 존재를 사용자가 인식할 필요가 없는 은닉형(disappearing) 컴퓨터의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앞서 말한 컴퓨팅의 생활화를 향한 진일보한 방편이라 하겠다. 즉 PC의 차세대 제품은 기능면에서는 더욱 보편화되고 일용품의 형태를 띠며 생활주변의 여러 전자제품들과 연계되고 밀착되는 분포성의 특징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집적 시스템 기술,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멤스), 근거리무선통신, 생체인식기술 등과 함께 지능정보처리기술이 절실하다.

 미래 정보환경의 한 특징은 필요한 정보를 컴퓨터로부터 가져오거나 컴퓨터로 하여금 지정된 임무를 수행시키는 ‘수동적 컴퓨터’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정보의 취득에서 활용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와 컴퓨터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능동적 컴퓨터’ 역할이 기대된다. 정보공유라는 개념은 단순한 정보교환을 넘어서 컴퓨터가 인간과 함께 경험적 지식을 축적하고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활동과 판단을 보조하며 안락하고 편리한 삶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차세대기술로서의 지능정보기술은 이미 인공시각 및 청각기술, 데이터마이닝, 바이오인포매틱스, DNA컴퓨팅, PDA 및 지능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핵심기술로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지능정보기술의 핵심인 지능성 구현의 방안은 슈퍼지능칩기술분야다. 슈퍼지능칩이란 생명체의 정보처리방식을 기능적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모방하는 인체친화형 연산소자로서 앞으로 올 고도의 정보화된 작업환경에 부합되는 지능형 정보처리장치다. 슈퍼지능기술의 취지는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은 미래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지능형 정보처리소자의 개발과 이를 활용함으로써 보조지능수단을 제공하는 데 있다.

 현대기술을 대표하는 키워드라면 생명체의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모방을 위한 바이오기술, 첨단 전자기술을 대표하는 디지털 기술,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상호간의 정보공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이동통신의 세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 디지털, 모바일 특성에 지적능력을 바탕으로 한 똑똑함(smartness)의 접목이 완성될 때 비로소 본격적인 슈퍼지능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따라서 슈퍼지능을 구현한 슈퍼지능칩의 제작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생명공학기술과 반도체기술, 그리고 정보연산기술의 적용이 필요하게 된다. 즉, 지능형 반도체시스템 개발, 생물정보처리소자 개발, 지능시스템 활용기술 개발, 인체친화형 복합지능소자 개발, 또한 이들 기술의 통합을 위한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연구의 초점은 지능성의 구현인데, 위에서 기술한 지능적 특성을 가진 슈퍼지능칩은 기존의 하드웨어 기술에 생명체에서 유래되는 유연성을 접목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슈퍼지능칩의 특성으로는 주변환경을 인식하고 적응, 학습해 인간과 함께 지식과 정보를 축적함으로써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고 활동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림1 참조

 슈퍼지능칩을 위한 연구분야로서 진화적응 하드웨어를 들 수 있다. 하드웨어의 진화란 변화하는 정보환경에 의거해 하드웨어의 구조가 자율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하드웨어는 디자이너가 그 목적에 따라 정교하게 고안한 함수를 논리회로로 표현하고 여기에 타이밍과 기타 수반될 수 있는 복잡한 제약들을 고려하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된다. 이렇게 제작된 하드웨어는 만일 설계시 미처 예기하지 못한 환경의 변화가 생겼을 경우 무기력해지거나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하드웨어가 작동될 환경에 대한 사전지식이 불충분하거나 디자인시 종종 무시되는 사소한 요인이 의외로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복잡한 시스템의 경우, 특히 전문가의 감시와 대처가 불가능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이의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것이 진화형 하드웨어(EHW:Evolvable HardWare)다. EHW는 미지의 환경에 적응해 스스로 구성을 변형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다. 이를 위해서는 진화형 하드웨어의 필수조건인 결선이나 배열, 단위기능의 조합이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요구조건을 잘 반영한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를 사용한다.

 FPGA는 제공된 비트스트링 명령에 의해 내부의 회로구조가 결정된다. 이를 이용해 작게는 게이트 레벨 진화에서 크게는 FPGA 구조결정 비트스트링을 유전자 알고리듬의 염색체로 이용해 진화시킨다. 이 염색체는 FPGA의 회로구조를 결정하고 환경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결과를 토대로 교배와 돌연변이를 수행하면서 경쟁력있는 다음세대 개체군을 선택한다. 세대를 반복하면서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된 하드웨어 구조가 생성된다. 이를 모듈 단위로 확대하면 진화를 통해 기능모듈 사이의 결선이나 배치 등을 결정하는 계층적 진화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진화 하드웨어의 응용사례로는 유전자 알고리듬을 이용해 특정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결선과 로직을 변화시켜 하드웨어를 자동설계하는 경우, 그리고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하드웨어의 재구성 능력을 통해 결함을 스스로 극복하는 회로 등을 들 수 있다. 진화 하드웨어는 아직 개발 초기단계의 기술로 그의 실용상 제약이 있으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예가 사람과 같은 기능을 가지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앞으로 진화형 하드웨어는 실세계의 데이터와 효과적으로 교류하며 주변환경을 인식해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로 쓰여질 것이다. 그림2 참조

 지능은 다양하고 복잡한 연산에 의해 이뤄지므로 어떠한 단일구조만으로는 지능의 구현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능 알고리듬으로는 신경망 알고리듬, 진화 알고리듬, 퍼지로직 등이 있으나 어느 특정 알고리듬만으로는 고도의 지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슈퍼지능칩의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능 프로세서와 이들을 제어하기 위한 MCU, 다양한 신호를 처리하기 위한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및 인터페이스 모듈들이 통합되어 하나의 칩을 이루는 지능형 시스템온칩(SOC) 기술의 형태를 통해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림3 참조

 슈퍼지능칩의 활용사례로서 가정용 로봇의 신경감각계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지능적인 행동 창달에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현재 개발중인 심부름로봇(AFM)은 감정적으로는 가족의 일원이 되며 주위환경을 인식해 자율적인 작동 수행, 학습능력, 주인과의 의사교류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스마트 에이전트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전 정보제어 통합기기라 할 수 있다. AFM의 다재다능한 기능을 위한 요소기술로는 행동모듈 및 행동학습, 학습 및 성장기술, 감성정보 처리, 자율주행, 그리고 홈 에이전트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구현을 위해서는 인간의 능력에 근접하는 연산능력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기대되며 따라서 AFM 구현을 위해 슈퍼지능칩이라는 두뇌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림4 참조

 슈퍼지능칩의 구현을 위해 실리콘 기술을 바탕으로 자연계를 모방하는 접근방식과 더불어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살린 바이오분자기계(biomolecular learning machine)를 통한 지능의 구현에 대한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바이오분자기계는 바이오분자를 직접 정보저장 매체 및 계산매체로 이용함으로써 분자컴퓨팅이 제공하는 막강한 병렬적 공간탐색 능력, 생화학 반응에 의한 자발적 일반화 능력, 초소형 대용량의 정보저장능력 및 초병렬 연상기억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유동적 생체 데이터(wet information)를 다룰 수 있어 이러한 능력이 실험실칩(lab-on-a-chip) 등의 자동화 기술과 결합된다면 생명공학연구, 분석화학, 의료제약 분야 등에 활용 가능한 지능형 IT장비의 제조가 가능할 것이다. 그림5 참조

 현재 진행중인 슈퍼지능칩의 연구결과로서 진화 하드웨어의 개발 및 고장극복회로 적용, 유전자 알고리듬 프로세서 개발, DNA컴퓨터 설계 및 시뮬레이터 개발, 생체논리소자 및 바이오메모리 개발, 음성인식, 감성인식기술, 착용형 입출력장치, 자율이동기술 및 얼굴인식기술을 이용한 지능형 시스템 요소기술들이 확보됐다. 이러한 지능시스템 기술은 대표적 지식집약산업으로서 21세기의 국가적 기술경쟁력 우위를 이끌어내는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또한 첨단정보기술의 요체인 지능화기술은 정보관리의 자율성을 가져다줌으로서 미래에 등장할 다양한 첨단기술에 날개를 달아주고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chlee@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