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강국 장비·재료산업에 달렸다](5.끝)이젠 `글로벌 스탠더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작년 국내 장비·재료업체 연간 내수·수출매출 및 수출비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이미 국경없는 글로벌 비즈니스가 일반화돼 있다. 장비든 재료든 세계 일류 대열에 서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국내 장비·재료업계에는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장비·재료업체의 최고경영자 또는 핵심임원이 삼성 출신이면 LG나 기타 경쟁회사에 납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LG 출신이 삼성으로부터 배척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산업계에 확산돼있는 보편적 관례지만 제조공정 기밀유출에 민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유독 심하다. 하지만 이제는 실력이 아닌 인맥·학맥·출신성분 등을 따져 연고로 장사하겠다는 고정관념은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나 일본의 도쿄엘렉트론 등 일류 장비업체들이 출신성분이나 국가간의 경쟁관계를 따지지 않고 세계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를 진정한 기술력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정에 호소하는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국내 업체의 일류화는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자업체도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 경쟁사 출신의 장비·재료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을 바엔 차라리 해외업체를 선택하겠다는 생각을 이젠 버려야 한다. 장비·재료, 소자업계 모두 제품개발과 영업, 선택에서만큼은 글로벌 스탠더드화된 기술력과 판단을 토대로 합리성을 추구해야 할 때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김창제 이사는 “국내 소자나 장비·재료업체가 진정한 세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글로벌 스탠더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웨이퍼, 특수가스, 리드프레임, 포토마스크 등 재료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차세대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과거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으로 엄격히 적용되던 거래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장비업계에서도 차세대 반도체 증착장비인 원자층증착(ALD)장비나 국산화율이 날로 향상되고 있는 LCD 세정장비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가능성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장비나 재료가 개발되면서 일부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세계시장을 움직일 만한 수준이 되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제품개발 및 상품화에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기업경영엔 글로벌 마인드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자업체들의 수주에만 연연한다든지, 소자업체 출신 인사를 영입해 인맥과 연줄로 수주실적을 올려보겠다는 마인드는 이젠 종식돼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업체의 경영합리화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한편 취약성이 노출돼 있는 기술개발, 영업, 마케팅에서도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년 전 어느 반도체 장비업체 사장은 “국내에 세계적인 소자업체는 있는데 세계적인 장비업체가 없는 것은 장비 선택권을 쥔 소자업체가 국산장비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며 여기엔 정부의 무관심도 일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진정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정부, 소자업계, 장비·재료업계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반도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