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식사장, 정통부에 직격탄
정홍식 ㈜LG 통신사업총괄 사장이 31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차원의 통신시장 철수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날 기자회견은 오는 8월 5일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열리는 하나로통신 임시주총과 관련해, 하나로통신의 1대주주인 LG의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 사장은 "하나로통신의 유상증자에 소액주주들 80% 이상이 찬성을 하고 있다"며 유상증자 이후 AIG 등으로부터 2~3천억원의 외자유치가 가능하며, 6억6천만달러의 신디게이트론도 추진되고 있다"고 LG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사장은 또 "만일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 통신사업이 매우 어려워지며 더 이상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라며 "통신사업 책임자로서 그룹에 통신사업 철수를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나로통신과 이미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 온세통신, 두루넷 등 통신사업자들의 구조조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정통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정통부 진대제 장관은 지난 15일 정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LG가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부결시키고 유상증자안을 제안했으니 하나로통신의 경영정상화를 LG측에서 책임지라"고 주문했다. 당시 면담을 마치고 나온 정사장은 "진 장관이 `외자가 들어오겠다는 것을 왜 갑자기 바꿨느냐. LG가 책임져야 한다`고 따져서 아연실색했다"며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는 등 정통부 입장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었다.
결국 31일 기자회견에서 정장관이 통신산업 철수설을 언급한 배경은, “LG가 통신사업에서 발을 빼게 되면 국내 통신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고 그 책임은 주무부서인 정통부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대정부 압박용 발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통부 차관을 역임한 정 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통신사업 철수불사` 운운한 것은 오히려 하나로통신의 유상증자에 비상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