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위성방송 지상파 재송신 논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지상파 재송신 관련 사업자별 입장

 2기 방송위원회 출범 이후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승인문제가 다시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법상 위성방송사업자는 방송위의 승인을 받아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할 수 있으나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방송위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재송신은 시청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찬성 논리와 지상파 방송의 독점을 심화시킴으로써 지역 방송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반대 논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벌써 수년 동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방송법 현황=방송위는 지난 2001년 11월 “KBS와 E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의 위성방송 전국 재송신은 2년간 불허하고, 수도권 역내 동시 재송신은 허용한다”는 채널 운용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당시 옛 방송법상에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었으나 스카이라이프의 본방송을 앞두고 이같은 방침을 처음으로 내놓게 됐다.

 2002년 2월에 의결된 개정 방송법에 따르면 KBS 1TV와 EBS만을 위성방송 의무 재송신 대상으로 제한하고 KBS 2TV, MBC, SBS 등의 중앙 지상파 방송은 방송위의 승인을 받아 재송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4월 방송위는 방송위가 고시하는 의무동시재송신 채널인 KBS 1TV를 제외한 위성방송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방송위의 승인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의무동시재송신 대상이었던 KBS 2TV의 재송신은 방송위의 승인사항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방송법 개정으로 위성방송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재송신 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스카이라이프 재송신 승인 관련 추진현황=방송법 개정안 확정으로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2월 KBS와 SBS와의 재송신 약정을 통해 KBS 2TV는 전국 동시 재송신, SBS는 수도권 동시 재송신 형태로 방송위에 승인을 신청했으나 SBS의 약정 철회로 방송위가 신청을 반려함으로써 KBS 2TV만 다시 재송신 승인심사를 신청했다.

 방송위는 위성방송사업자가 재송신 승인을 신청할 경우 60일 안에 이를 처리해야 하는데 지난 6월 2차 기한을 앞두고 스카이라이프는 2기 방송위원들이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승인 신청을 일단 철회, 6월 말 KBS 2TV의 재송신 승인을 재신청한 상태다.

◇스카이라이프, 볼 권리 보장해야=이같은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승인 추진과 관련해 스카이라이프와 지역민방 및 케이블TV사업자들이 대립구도에 놓여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지상파 재송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일 평균 4900여건의 고객상담건수 중 지상파 재송신 제한을 사유로 한 고객 민원이 전체의 40% 이상에 달한다.

 스카이라이프는 국민이 납부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시청은 헌법에 보장된 ‘볼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는 기본권이므로 위성방송에서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 정보로부터 소외된 산간·도서지역 등 난시청 지역 주민들의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탄생한 위성방송의 도입취지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방송, 지상파 독과점 심화시킨다=지역민방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들은 위성방송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이 위성방송사업자의 전국사업자화와 지상파 독과점의 폐해를 낳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역방송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지역방송사업자들은 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이 전국으로 재송신될 경우 지역방송이 말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또 지상파 재송신은 매체간 균형발전을 내세우는 개정 방송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케이블TV사업자 역시 지상파 독과점의 심화를 들어 재송신은 절대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해 스카이라이프가 지상파 방송사와의 약정을 통해 재송신 승인 신청을 추진하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통한 KBS 1TV의 송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극약처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망=방송위가 스카이라이프의 KBS 2TV 재송신 승인 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방송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나 쉽게 결론이 내려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위는 최근 재송신 승인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재송신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광역자치단체 및 자치의회가 4대3, 시청자단체가 3대16, 각종 방송사업자단체는 모두 반대, KBS 찬성, MBS 반대, SBS 조건부(수신제한시스템의 기술적 검증) 찬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 내부에서도 시청자의 볼 권리 충족을 위해 재송신 승인에 찬성하는 의견과 더욱 정확한 통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재송신 승인 문제를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다는 것이 방송계의 공통된 견해다. 방송사업자들은 방송위가 재송신을 둘러싼 지루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위는 스카이라이프가 지난 6월 28일 KBS 2TV의 재송신 승인을 신청함에 따라 60일 이내인 8월 말까지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