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기자의 게임속으로]사이버머니 현금거래

 ‘도박과 포르노를 게임으로 만들면 대박입니다. 그런데 그런 게임은 정부에서 못 만들게 합니다.’

 국내에 게임개발 붐이 일기 시작한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정부의 게임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도 게임업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법’과 ‘윤리’의 테두리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사정이 많이 달라진 듯한 모습이다. 특히 ‘사이버머니’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온라인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사이버머니가 현금으로 교환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는 데 이어 아예 게임제공업체가 사이버머니를 현금을 받고 충전해주는 일까지 벌어져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행성’ 논란이 거세다.

 이에 법원에서는 온라인 포커나 고스톱 등 사이버머니가 현금으로 거래되는 온라인게임 사이트에 도박장 개설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진 데는 게임제공업체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어떤 업체가 먼저 시작했다거나 직접적인 충전이냐 간접적인 충전이냐를 떠나서 업체가 어떤 형태로든 사이버머니를 판매한다는 사실은 질타와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사실 그동안 빚어졌던 사용자들간의 ‘사이버머니 현금거래’ 문제도 따지고보면 게임제공업체들의 관심과 대응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팔아 이득을 챙긴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정상적인 게임을 통해 사이버머니를 모으기보다는 해당 게임사이트를 해킹하거나 버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했다. 사이버머니 현금거래가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이처럼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들은 게임제공업체가 막고자 했다면 사전에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또 사행성 게임임을 알면서 등급분류를 내줘 서비스를 하게 해놓고 사후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산업을 육성하는 일과 법을 지키는 일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법적 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등급을 매겨줬다면 등급기준을 벗어나는 변화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대하는 사용자들의 태도다. 물론 좀더 많은 금액을 걸어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행성 게임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게임은 단지 게임일 뿐이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많은 사이버머니가 필요없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일부 게임사이트에서도 사이버머니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거의 동일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각각의 게임방을 구분해 놓고 있다. 사이버머니를 파는 사람도 문제가 있지만 사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지금도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사람들끼리 서로 사이버머니를 나눠쓰며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이버머니를 단지 ‘숫자’라고 표현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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