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2’의 등장을 계기로 용산 일대 집단전자상가들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선인·나진·터미널 등 용산 집단전자상가 내의 조립PC매장은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PC방 업주를 중심으로 ‘리니지2’ 사양에 맞는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리니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선인상가에서 PC매장 선인마트를 운영하는 박종현씨는 “한동안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리니지2 출시 이후 매장을 찾는 고객이 30% 이상 증가해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때마침 엔씨소프트는 최근 삼성전자·인텔·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리니지2 전용의 ‘리니지2PC’를 전격적으로 발표, 조립PC업체들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리니지2PC는 기존 ‘펜티엄3’ PC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요구함에 따라 교체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리니지2PC의 사양이 알려지면서 발빠른 용산 조립PC매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리니지2PC’라고 이름붙인 조립PC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현재 상가 내 각 매장에서는 ‘리니지2PC’와 동일하거나 한층 높은 사양의 제품을 브랜드 PC보다 10% 정도 저렴한 80만∼90만원에 내놓고 있다.
매장 곳곳에는 리니지2PC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다른 PC도 대거 출현했다.
이들 매장에서는 인텔 대신 경쟁사 AMD의 CPU를 쓰기도 하고,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대신 ATI의 제품을 설치하기도 한다. 대부분 60만∼80만원대로 ‘리니지2’를 플레이하기에 최적화된 상태는 아니지만 크게 지장은 없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리니지2PC’의 유행은 컴퓨터 하드웨어의 가격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나진상가에서 VGA카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민세기씨는 “리니지2PC용 그래픽카드 가격을 인하해 발표하면서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리니지2에 최적화된 엔비디아의 고급형 그래픽카드 ‘지포스FX’의 가격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니지2의 오픈베타 전에는 20만원대를 형성하던 ‘지포스FX 5600’의 경우 10만원 중반으로 하락했으며 이전 모델인 ‘지포스4 Ti 4200’은 아예 수입원가 수준까지 내려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니지2PC의 부품으로 채택되지 않은 그래픽카드들의 가격인하가 이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리니지2가 PC 업그레이드의 또다른 전기가 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박광태 선인상가 홍보부회장은 “리니지2 외에도 앞으로 네오위즈의 3차원 롤플레잉게임(RPG) ‘세피로스’, 한빛소프트의 ‘탄트라’, 한게임의 ‘릴온라인’ 등 화려한 3D 온라인 게임 경쟁이 가열되면서 컴퓨터 사양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컴퓨터 업그레이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조립상가에 들러 제품을 구입할 경우 싼 제품을 고르는 데 중점을 두는 것보다 미래에 대비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용도와 확장성을 고려해 사양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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