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문소리.’
‘박하사탕’의 차분하고 청순한 모습, ‘오아시스’의 가슴아픈 장애인을 연기했던 문소리가 이번엔 옆집 고등학생과 바람난 여자가 됐다. 다음달 14일 개봉예정인 영화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 제작 명필름)’에서 문소리는 전작인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팬들을 단단히 ‘배신’한다.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으로 지적인 배우라는 고정관념을 기꺼이 벗어던져 버린 것.
‘바람난 가족’은 점점 해체돼 가는 이 시대 가족의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고, 위선으로 가득한 가족 구성원의 속내를 통렬하게 비판한 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에게 보다 솔직해지기 위해 바람을 피우며 이 시대에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도덕적 관념을 뻔뻔스럽게 무시한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의미없는 가정을 유지하기보다 바람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몰아간다.
따라서 ‘바람난 가족’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 대신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전통적 가치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문제작인 셈이다.
호정(문소리 분)은 어린 애인과 외도하는 남편(황정민 분)에 울며불며 매달리지 않는다. “까짓거, 유부남도 연애할 자유는 있는 거 아니냐”며 전부터 자신을 쫓아다니던 옆집 고등학생과 맞바람을 피운다. 시어머니 병한(윤여정 분)은 평생 도움이 안된 남편 대신 예순의 나이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 진짜 인생을 살겠다며 짐을 싸 나간다. 며느리 호정은 이런 시어머니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등장하는 여성들은 배우자 혹은 본인의 혼외정사를 비난하거나 고민하기보다 거침없이 행동에 나선다. 남성의 외도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여성의 외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이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와 모순을 통렬하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문소리는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대사와 파격적인 노출, 과감한 베드신을 굳이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있으면 얼굴이 예쁘게 나오지 않더라도, 벗는 연기일지라도 도전해야 한다는 그녀의 ‘연기철학’ 때문이다.
사실 ‘오아시스’의 ‘공주’역은 미모를 척도로 삼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 비춰보면 여배우로서 그리 탐탁한 배역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예쁜 모습을 마다하고 ‘공주’역을 택했다.
그녀의 그러한 ‘연기철학’은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안겨줬고 거의 모든 영화상을 거머쥐는 행운을 가져다줬다.
‘바람난 가족’을 통해 또 한번의 변신을 꾀하는 그녀가 전편의 작품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통해 얼마나 팬들에게 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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