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자신문과 정보통신산업협회가 공동주관한 IT산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서는 상반기 IT산업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유인이 필수적이라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좌담회는 원철린 본지 IT산업부장의 사회로 유영환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임춘성 연세대 교수, 김행우 삼성전자 상무, 장지종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근부회장, 오덕환 IDC코리아 사장, 최명선 정보통신산업협회 부회장이 각각 정부·학계·기업·중소기업·시장조사기관을 대표해 참석했다.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사회(원철린 부장)=우선 상반기 시장현황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유영환 국장=IT산업 총괄로 보면 썩 나쁘지는 않다. 정보통신기기 부문에서 단말기의 영향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PC 등 기타 품목은 상황이 어렵다. 시장축소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 부문이다. 특히 유무선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사업자들이 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설비생산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확대효과가 큰 신규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한 서비스 시장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개인의 통신서비스 부담액이 20만원 수준을 넘지 못해 과거와 같은 급성장은 불가능하다.
사업자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다. 과거 유무선통신 부문의 대규모 투자로 중소기업의 진입이 활발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기업체 수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보보호업체의 경우 세계 전체 업체의 40∼50%가 우리나라에 몰려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M&A를 통한 시장정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임춘성 교수=IT시장을 개인대상 시장과 기업대상 시장으로 나눠 봤을 때 문제는 기업대상 시장이다. 하드웨어와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그 이유다. 경쟁력이 부족한 열악한 구조에다 기업들이 하드웨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투자하지 않는 가운데 체질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기업용 IT시장은 예전에는 하드웨어 중심, 소프트웨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SI위주의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SI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대상 시장은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본다. 온라인게임 열풍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케이스다.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회=IT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IT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가.
◇오덕환 사장=기업의 수익성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획기적인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라크전의 종전과 유가의 안정, 일부 국가의 디플레위기 탈출로 시장은 개선되고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보이지 않는 점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통신산업의 먹구름이 IT산업 투자활성화에 제약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의 경우 분기별 1조2000억달러가 투자되는 등 거품이 발생했지만 예전과 같은 시장규모는 2007년이나 가야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환경 조성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상황, 기업상황, 주식시장의 점진적 개선으로 내년에는 기업들의 지출이 4%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 275명 CEO를 조사해보니 3∼4분기에 IT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시장확대는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남미·중국·인도 등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품목별로는 하드웨어보다 서비스 시장이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신업체의 개인당 매출액 증가가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부문에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길을 터주는 것이 필요하다. 감세 등이 아닌 정책적 가이드를 해줘야 한다. 콘텐츠 부문에서 온라인게임의 활황이 주는 환상을 떨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산업 부문은 전세계가 독과점 체계를 유지하는 만큼 경쟁력 위주로 국내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사회=투자전략을 갖기가 어려운 전환기 상황이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김행우 상무=이럴 때일수록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고 전략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그간 산업을 끌어온 PC와 모바일이 모두 정체에 들어선 이유는 PC수출이 성숙기에 들어서고 그에 뒤따르는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포화에 들어선 점도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브로드밴드 투자가 시작되고 있으며 유럽 통신사업자의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어디에 주력할 것인가이다. 주안점은 결국 모바일과 유비쿼터스 환경의 도래에 있다. 모바일 기기의 PC화에 주목하면 칩, 단말기 제조, 서비스 각 부문의 투자의 방향이 설정될 것이다.
◇장지종 부회장=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업체의 수도 지난해 3700개에서 2100개로 줄었다. IT산업의 버블, 환상이 깨지고 있으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투자에 대한 회수가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위축에 따른 충격이 크다. 조합 등을 통한 투자도 크게 줄었다. 기기 부문에서 대기업의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 국장=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상당수 시장이 포화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2000년 같은 시장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정책지원을 하겠다. 또한 투자가 새로운 서비스 도입과 맞물릴 수 있도록 IMT2000과 지상파 디지털방송, DMB서비스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유치해 수요를 활성화하겠다. 자금측면에서 정책자금의 금리를 인하하고 기술력 신용융자액을 늘렸다. 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상반기중 장관주재로 회의를 열어 투자를 독려했다. 정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통신사업자를 이용해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시장 정상화를 계획중이며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예정이다. 8월중 동남아 투자조사단을 파견해 SI수주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 아울러 외국에 대한 R&D투자유치, 생산기지 확충에 노력할 방침이다. 온라인게임 산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융합에 앞서 MS·소니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사회=벤처기업의 전문성 제고와 해외진출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임 교수=중소기업 활성화는 서비스 중심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활성화가 요구된다. 기술 중심 벤처들을 서비스 중심 벤처로 전환시키기 위해 정부의 대응체제도 전환돼야 한다. 인력양성과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장 부회장=외국 정부조달 시장 진출에 있어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또 해외진출과 관련해 문화부·산자부·정통부·중기청 등 여러 입안부처의 손발이 안맞는 것도 체계를 갖춰줬으면 한다.
◇사회=프라이버시 등 사회적 가치와의 충돌로 정부의 산업정책 수립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해결책이 있는가.
◇유 국장=산업의 융복합화에 따라 각종 규제의 조화가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을 담당하는 측면에서 부작용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을 때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득세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
◇사회=여러 의견 감사한다. IT산업이 하반기에도 성장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환경조성과 중소벤처기업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리=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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