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은 인터넷쇼핑과 TV홈쇼핑 분야에서 시장 수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다. 올해 이 회사는 연혁에 남을 만한 두가지 일을 해냈다. 내부 정보시스템 교체와 소비자보호센터를 개설한 일이다. 특히 ERP를 비롯한 정보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는 LG홈쇼핑이 가장 뿌듯해 하는 사업이다. 덕택에 LG는 내부적으로는 상품 방송에서 주문·배송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대외적으로도 IT를 기반으로 앞서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최영재 LG홈쇼핑 사장의 안목이 한몫했다. 사실 최 사장은 IT분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스스로도 거침없이 IT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IT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화학공학과를 전공하고 LG홈쇼핑을 맡기 전까지 LG화학에만 30년 가까이 재직했다. 그러나 최 사장은 어느 엔지니어 못지않게 IT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올초 정보시스템 프로젝트와 관련해 임원들 사이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당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최 사장이 전산담당 임원에게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시스템을 교체하는 동안에 회사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가 있느냐는 다소 엉뚱한 ‘우문’이었다. ‘아니다’라는 답변이 나오자마자 그는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전면교체키로 결정했다. 업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라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매출에도 상당한 피해가 왔지만 최 사장은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한마디로 IT를 ‘기술’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해석한다. 기술이라는 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사람, 즉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하면 해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어떤 첨단기술도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하고 도움이 된다면 다소의 시행착오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전산담당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콜센터에 자동응답시스템을 직접 제안한 것도 소비자 중심에서 IT를 바라본 때문이었다. 최영재 사장의 다소 엉뚱한 지론이 침체기에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IT시장의 해법은 아닐까.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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