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가 7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제작기간 7년에 제작비 126억원이라는 엄청난 스케일로 인해 뚜렷한 실체를 보여주기 전부터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이라고 불려왔기에 이번 개봉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단 출발은 상쾌하다. 17일 개봉한 이후 나흘간 동원한 관객이 20여만명이라고 한다. 이전에 나왔던 ‘마리이야기’와 ‘오세암’이 10만명을 간신히 넘긴 이후 조용히 사라져간 것과 비교해보면 꽤 좋은 성적이다. 더군다나 ‘싱글즈’ ‘똥개’ ‘청풍명월’ 등 쟁쟁한 방화와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관객 반응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다. 한국이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데 대한 놀라움이 지배적이다. 사실 ‘원더풀데이즈’의 영상미는 관객을 압도할 만하다. 미국과 일본의 첨단기술을 무기로 한 애니메이션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물론 ‘원더풀데이즈’도 여느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비주얼에 비해 시나리오가 취약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보전달을 대사나 내레이션에 지나치게 의존해 현실감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126억원이라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런 흥행성적을 떠나 보다 중요한 것은 ‘원더풀데이즈’를 계기로 한국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작업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외국의 하청을 받아 제작하는 정도의 하급작품으로 생각해왔으나 ‘원더풀데이즈’를 계기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주소와 가능성이 재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와 협회를 주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비전에 대한 토론회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원더풀데이즈’가 보인 기술적인 진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보강하면 언젠가는 디즈니와 픽사, 지브리스튜디오와 같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를 부러운 눈이 아니라 동등한 눈으로 바라볼 날이 올 것이다.
<정보사회부·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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