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의 사전적 의미는 ‘직권을 이용하여 특별한 편의를 보아 달라는 뜻으로 주는 부정한 물품’이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을 나타내는 선물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현실은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많기 때문이다.
굿모닝게이트로 붉어져 나온 정치권 뇌물 의혹도 따지고 들어가면 선물이나 기부금으로 포장돼 있다. 상거래에서 오가는 선물도 저변에는 뇌물의 성격이 짙다. 심리적으로 현대인은 뇌물을 받음으로써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더 많다고 판단할 때에는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선물이라는 명분이 덧씌어지면 양심의 가책도 그만큼 옅어진다. 들킬 위험도 없고 표시도 안나는데 누가 1억원을 선물(사실상 뇌물)한다면 이를 거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102개국 중 40위라는 게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 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패라운드가 출범했을 때 정부와 재계가 해외뇌물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소리가 요란했지만 국내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아직까지 윤리헌장조차 없다. 오죽하면 교육계의 ‘장천감오(교장이 되려면 1000만원, 교감은 500만원)’라는 말이 우리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한국CEO포럼’ 전문경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임기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LG전자 구자홍 회장도 최근 e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협력업체 주식을 이달말까지 정리하라”고 경고했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미국 IBM(25달러) 수준인 3만원 미만으로 못박았다. 뇌물수수를 당연시하는 부패문화가 언제쯤 우리사회에서도 추방될지 궁금하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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