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 혁명 `XBRL` 부상

국경 초월한 e비즈니스 시대 부응

‘투명하고 즉시적인 회계정보의 인터넷 유통체계를 확립하자.’

 국내 주요 통신·금융·제조·정보기술(IT) 기업들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회계정보를 인터넷으로 유통할 수 있는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엔론, SK 등의 회계부정사건 이후 불투명한 기업정보가 회사의 존폐를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하면서 대내외 보고(business reporting) 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 이는 투명한 기업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복잡한 기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생성·교환·비교할 수 있도록 확장성표기언어(XML) 기술을 보고영역에 응용한 인터넷 표준인 XBRL이 주목받고 있다.

 XBRL은 인터넷 환경에서 기업정보를 원할하게 교환·유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기업회계 분야의 국제표준으로 전세계 주요 기업과 증권거래기관들이 채택하면서 핵심 투자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로이터, 모건스탠리, 나스닥,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유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XBRL을 적용한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나스닥이 XBRL 기준에 맞춰 기업정보를 공시하는 웹사이트(http://www.nasdaq.com/xbrl)를 마이크로소프트, PwC(현 IBM BCS)와 공동으로 개발해 25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5개년 재무제표를 제공함으로써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KT, LG전자, 삼성SDS, 국민은행, 교보생명, 삼일회계법인, 한국하이페리온 등이 한국CFO협회, 한국회계연구원과 함께 국내외 회계 및 기업공시에 관한 XBRL 기반의 표준분류표인 ‘한국형 텍소노미(Korean Taxonomy)’를 공동으로 개발해 내년 1월부터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뒤늦게 나마 국경을 초월한 e비즈니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CFO협회(회장 위성복·조흥은행 이사회장)와 관련 기업들은 한국형 텍소노미를 통해 일관된 형식으로 재무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밑거름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8∼9월 중 텍소노미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12월까지 제조·물류업종에 적합한 텍소노미의 개발을 완료, XBRL 국제기구(XBRL인터내셔널)의 승인을 받아 무료로 공표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인 DART(Data Analysis Retrieval and Transfer System)에도 XBRL이 도입될 전망이다. 현재 DART에 적용되고 있는 전자공시표준포맷인 ‘SGML(Standard Generalized Markup Language)’은 XBRL이 정립되기 이전의 표준이어서 상대적으로 정보유통에 대한 효율성과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우돈 한국CFO협회 운영이사는 “최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서 전자공시시스템을 XML 기반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형 텍소노미의 개발이 완료되면 곧바로 XBRL을 적용한 시스템 운용이 가능할 것”이면서 “이를 통해 국내 기업과 증권거래체계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투명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도 이같은 XBRL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정지원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용어설명=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인터넷 환경에서 기업정보를 원할하게 교환·유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표준으로 지난 99년 미국공인회계사회(AICPA)의 지원으로 탄생했다. 따로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며 비영리단체인 XBRL인터내셔널이 스펙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미국 예금보험공사, 호주 금융감독위, 일본 동경증권거래소 등이 XBRL 기반의 전자공시를 도입,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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