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라라크로포트니, 난 남정은이야!”
‘아바타’ 신드롬이 일고 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개성있고 멋진 ‘아바타’를 만들고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계절과 유행에 따라 옷을 갈아입히고 각종 액세서리로 치장을 하는 것은 기본이 된지 오래다. 자신이 ‘아바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귀여운 애완동물과 다양한 효과를 내는 배경, 액션 효과 등도 가미된다.
최근 들어서는 인기 가수나 만화 캐릭터 또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을 모델로 한 ‘아바타’가 젊은 학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아바타’가 네티즌들의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아바타’의 유래를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바타’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영광의 신 ‘비슈누’가 세상에 내려보낸 화신의 이름이다. 이를 인터넷을 통해 열린 사이버세상에 살짝 적용한 것이 바로 요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아바타’다. 말하자면 인간들이 자신을 대신해 사이버세상에 들여보낸 분신인 셈이다.
특히 사이버 세상에서는 네티즌들의 이름이나 나이, 성별, 직업 등은 의미가 없다. 다만 사이버세상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존재인 ‘아바타’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그러다보니 사이버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에 각별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아바타’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자신이 되기도 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도 ‘아바타’를 통해서는 좌중을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거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난폭한 군주도 됐다가 인기 가수나 배우가 될 수도 있는 등 무궁무진한 성격과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사이버세상은 현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네티즌들은 바로 이 ‘아바타’를 통해 겪은 일에 따라 마냥 즐거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격분을 하기도 한다. ‘아바타’는 바로 현실과 사이버세상을 이어주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문화코드인 것이다.
‘아바타’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인기 스타들과 유명 브랜드 상품들도 속속 ‘아바타’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바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타 캐릭터 마케팅’과 ‘브랜드 아바타 마케팅’ 등을 통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기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주인공 남정은. 배우인 정다빈이 아니라 극중인물인 남정은 캐릭터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또 조만간 방영될 외화 ‘툼레이더’의 여주인공 라라크로포트 캐릭터와 공연물인 ‘델라구아다’ 등장인물 캐릭터 및 주얼리와 박지원 등의 인기가수 캐릭터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 아바타’들이다.
‘나이키’나 ‘필라’ 등 유명브랜드 상품들도 ‘아바타’를 통해 사이버세상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아바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 유명브랜드 업체들이 신상품을 내놓을 때 동일한 디자인의 아바타 의상을 함께 제공하기 시작한 것.
어느덧 ‘아바타’들도 유명브랜드의 신상품을 출시와 동시에 입을 수 있게 됐다. 현실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바로 이 ‘아바타’를 통해 사이버세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아바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여러가지 부정적인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철없는 어린이가 과다한 ‘아바타’ 구입비를 지출한 것을 비관해 자살을 하거나 젊은 학생들이 ‘아바타’ 구입비를 만들기 위해 원조교제를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아바타’와 이를 꾸미기 위한 액세서리나 옷가지가 실물만큼이나 비싸게 팔리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현실속에 살고 있는 모두가 자각하고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아바타’를 통해서 ‘호접몽’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벌어졌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올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신의 화신인 ‘아바타’가 이제는 인간이 사이버 세상으로 내려보낸 분신으로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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