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휴대폰 제조사 견제 나서나

 SK텔레콤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 대상 단말기에서 제조업체들의 자가유통망용 ‘유통모델’을 제외시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전국 대리점에 통보한 새 유통정책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자가 유통망을 통해 공급해 온 ‘유통모델’ 단말기 일부를 기기변경 수수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텔레콤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기기변경 수수료(1만1000원)는 일반 제품과의 차액이 크지 않지만 이번에 제외된 모델이 삼성전자의 ‘V-300’ 등 최신 제품이라는 점에서 제조업체의 유통모델에 대한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최근 유통모델 판매량을 급속히 늘린 삼성·LG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내놓고 있다. 지난 4월 SK글로벌 사태 이후 제조사들이 자가 유통망 정비와 판매 확대에 나서며 전체 시장에서 유통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유통모델 판매량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선 데 이어 SK글로벌 문제로 제조사들이 납품을 거부한 지난 4월에는 판매비중이 55%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판매량 중 유통모델 비중은 30%에 불과했었다. LG전자도 지난해까지 10% 수준에 머물렀던 유통모델 비중이 최근 20%까지 확대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주도해온 SK텔레콤 측이 수수료 차별화를 통해 최근 약화된 유통시장 지배력을 되찾으려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40%대까지 올라간 유통모델 비중을 평년 수준인 20%선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수수료 차별화 정책을 앞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LG 등은 수수료 차별화에 내심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유통모델의 판매 확대도 중요하지만 사업자가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단말기량이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을 자극하는 일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SK텔레콤이 향후 추가 조치를 내놓지 않을까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이번 조치가 단말기 판매상황에 따라 수수료 조절을 탄력적으로 운영한 것일 뿐 제조사 견제와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수료 정책은 단말기 판매확대를 위해 이동통신사가 펼치는 고유 정책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인기 모델에 대해서는 구태여 사업자 입장에서 추가 부담을 안고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없어 수수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이라며 “특히 지급 제외 대상 단말기도 전체 유통모델이 아니라 일부 기종에 국한된 조치로 제조사 견제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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