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 KT 서비스개발연구소 BM 개발팀장 jinpark@kt.co.kr
초고속 정보통신사업 분야에 있어서 한국의 입지는 가히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큼 성장을 거듭해 왔다. 요즘 국제 회의나 전시회에 가보면 한국의 서비스와 상황이 자세히 설명되고 상품 전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미 초고속 정보통신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직장인은 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학생들은 숙제를 위한 필수품으로 초고속 정보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트레이딩과 온라인 쇼핑의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산업의 발전과 생활의 편리성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 초고속 정보통신사업의 일등공신은 누구인가 한번 자문을 던져본다. 한마디로 누구의 공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앞을 내다보는 국가의 정책과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과감한 투자, 한국인의 국민성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답이 아닐까.
그러면 이러한 성공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더욱 쉽지 않다. 통신사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필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은 사실이다.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초고속 정보통신사업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어보자. 1050만의 초고속 가입자와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00만 이상의 인터넷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서 산업의 현실을 보면 초고속 접속회선의 포화와 과도한 속도경쟁에 의한 수익성 악화, 비싼 로열티 지불에 의해 수익성 낮은 장비 개발산업, 대표적인 상품부재에 시달리는 솔루션산업, 그리고 수익성이 불투명한 콘텐츠산업에서 성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잘못하면 성공보다는 시험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가질 때가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계속 발전을 추진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의 초고속 정보통신사업은 분명 필연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이 초고속 정보통신사업 부문에서 오피니언 리더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렇게 찾아온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자리는 현재 도전을 받고 있다. 이미 일본의 경우 초고속 가입자가 1200만을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FTTH 가입자를 400만이나 포함하고 있다. 유럽의 발전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2년 내에 인터넷의 생활화가 한국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제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이를 통한 산업에서의 어드밴티지를 활용해 나가야 할 때다.
이제 우리는 필연적 성공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휴대 인터넷 서비스 및 통신과 방송의 융합사업 같은 제2의 정보 생활화를 이끌 수 있는 사업에서 한발 앞서 준비하고 우리의 의견에 동조하는 세력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프로세스라는 공정을 통해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상품으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 우리의 솔루션과 장비를 소개함과 동시에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프로세스의 정비와 개발이 필요하다. 계획과 실행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실패와 성공의 요인은 분명히 분석돼야 한다. 즉 실패에 대해서는 빠른 대체방안을 만들고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선택과 집중을 도모함으로써 이러한 경험이 하나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통신서비스 사업자, 솔루션 사업자, 장비 사업자 및 콘텐츠 사업자가 하나의 사업을 위한 협력을 긴밀히 유지하는 통합적 협력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 사업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비스 개발에서 보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솔루션 제공자 및 장비 개발자와의 협력 프로세스를 구축함과 동시에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입지를 활용해 우리의 경험과 솔루션을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을 위해서는 시간과 자본 그리고 많은 비용이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있어서의 변화도 고려돼야 한다. 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 유도보다는 한국의 주요 통신 사업자의 역량이 세계 통신 시장과 견주어 어느 정도이고 새로운 사업에 선행해 모험을 감수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가를 먼저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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