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들만의 성장동력 찾기

◆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jsuh@etnews.co.kr

 

 석달째 이어지고 있는 차세대성장동력찾기가 산자부·과기부·정통부 세부처간 세 대결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제안된 100여 품목 가운데 하나라도 더 많은 품목을 확보해보려는 3각 줄다리기가 치열한 것이다. 청와대가 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이견 조정에 나섰지만 허사였고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중재’의 어려움을 토로했을까.

 이 줄다리기에서 산자부는 산업육성 주무부처로서 논리를, 과기부는 차세대성장동력의 기본인 과학기술 주무부처라는 ‘소신’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정통부도 뒤질세라 모든 것이 IT로 통한다는 시각을 굽히지 않고 있을 법하다. 부처간 경쟁이 로봇·디지털TV·디스플레이·텔레매틱스와 같은 이른바 조직과 예산이 집중될 ‘유망’ 품목에 집중돼 있는 것도 관심을 끈다. 그렇지 않아도 과천이나 광화문 공무원사회에서는 요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다 뭐다해서 부처 기능 재조정이니 업무통폐합이니 하는 말들이 떠도는 터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5∼10년후를 먹여살릴 성장동력찾기가 자칫 3부처간 이해관계나 위상문제로 변질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참여정부의 성장동력찾기에 대한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성장동력 찾기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 과정이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것은 성장동력을 개발하고 산업화할 산학연 등 민간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실질적 주체가 될 기업의 ‘참여’가 배제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나마 지금 논의되는 100여 품목(어느정도 민간의 도움을 받았겠지만)조차도 사실상 공무원들에 의해 지목된 것들이다. ‘정부가 결정하면 민간은 따라와야 한다’라는 식의, 개발독재시대 관료주의 냄새가 배어있는 대목이다. 결국은 5∼10년후에도 시장의 논리가 아닌 일방의 논리를 쫓겠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차세대 로봇의 경우를 보자. 로봇은 전후방효과가 매우 크긴 하지만 일본조차도 기업들의 수요예측에 따라 결실을 맺는 시기를 2020년으로 볼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야다. 미국은 아예 기업들에 맞겨놓는 실정이다. 이제 로봇은 과거 가전·조선·자동차 분야처럼 폐쇄적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육성하기에는 국제적으로 너무 노출된 분야다. 유무선통신 분야처럼 정부의 보호장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철저한 시장논리를 앞세울 수밖에 없는 기업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텔레매틱스나 디지털TV 분야에서도 비슷할 터다.

 국가적 운명을 좌우할 차세대 프로젝트를 민관이 합께 추진키로 한 사례는 일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일본 정부는 미국으로 부터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구성한 ‘IT전략회의’를 당시 모리 총리와 이데이 소니사장의 공동의장 체제로 꾸렸다. 회의멤버도 경산성 장관을 포함한 각료와 일본IBM사장 등 기업인들이 동수로 구성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e재팬’전략이다. ‘e재팬’은 다시 유비쿼터스컴퓨팅을 근간으로 하는 최근의 ‘e재팬Ⅱ’전략으로 이어졌다.

 차세대성장동력 찾기는 5∼10년후의 과실 후보들을 선택하는 일이다. 지금 선정된 품목들이 그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면 결과적으로 5∼10년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민간의 참여가 의무적인 것인 아니지만 시장논리에 따른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내실있는 차세대성장동력 찾기가 되려면 지금이라도 민관합동위원회 같은 기구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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