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IT시스템은 시장경쟁에 의한 자연스러운 아웃소싱이 적용돼야 합니다.”
현재명 제일은행 부행장(52·CIO)은 금융계의 미래를 위해 전문업체가 은행 IT시스템의 운영과 개발을 전담하는 ‘아웃소싱’ 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행 IT 시스템에 대한 그의 지론 가운데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산센터의 다운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는 아웃소싱이야말로 은행 전산센터의 다운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일부 은행들처럼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식 아웃소싱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시장논리에 맞게 실력을 갖추고 책임감있게 운영할 수 있는 전문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조흥은행 노조파업 때처럼 ‘전산센터 다운’ 사태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현 부행장은 미국 EDS에서 근무하다 스카우트된 국내 은행권 중 가장 대표적인 해외파 CIO. 해외파답게 아웃소싱에 대한 관점도 다를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권 IT계의 화두인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견해도 색다르다.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외치고 있지만 한국 금융계가 안고 있는 리스크관리 등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의미하지요.”
그의 ‘차세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설치하는 게 아니라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변화에 맞춘 업그레이드”라는 것이다. 제일은행의 경우 18년전 설치된 IBM 메인프레임을 기반으로 지난 3년간 인터넷뱅킹·CRM·리스크관리·여신관리·회계관리·재무관리 등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차세대시스템으로 개발을 완료했다.
앞으로 지향해 나갈 제일은행 시스템의 주안점에 대해 그는 “장애없는 서비스와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BCP)의 구축, EAI 도입, 금융포털 서비스 제공 등”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CMM 레벨2 인증 획득에 이어 레벨3 인증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 부행장은 금융IT부문 종사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실력과 몸값을 높여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동한다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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