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그룹 쿨의 여덟번째 신보가 나왔다. 이들의 신보를 보면서 다시금 여름음악을 생각해본다. 우리 가요에 여름노래는 많다. ‘여름’이란 제목의 노래도 많고, 찾아보면 ‘해변으로 가요’ ‘해변의 여인’ 등 관련 곡이 부지기수다. 과거 TBC의 ‘해변가요제’와 MBC의 ‘강변가요제’도 여름음악축제였다.
팝송의 경우도 ‘해변의 소년들’ 비치 보이스는 파도타기를 의미하는 서핑 음악으로 유명했다. ‘Surfin’ USA’는 63년에 발표된 케케묵은 노래지만 지금도 여름이면 전파를 탄다. 서핑 음악은 그래서 ‘서머뮤직’으로 규정된다. 김건모의 ‘핑계’로 국내에도 한때 널리 유통되었던 레게도 기본은 여름과 궁합을 맞춘 댄스음악이다.
여름노래는 이처럼 역사적으로 늘 있어왔지만 이상하게도 여름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가수는 전무했다. 사계절에 걸쳐 활동하는 가수의 입장에서 특정 시즌만을 상대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위험했을까. 하긴, 그러기 위해서는 나머지 계절은 쉬어야 한다. 여름에 가장 가깝다는 그룹 비치 보이스도 역사적으로 ‘여름그룹’으로 정의되지는 않는다. 초기에 여름음악을 많이 했을 뿐이다.
그런데 쿨은 다르다. 시원하다는 그룹 이름대로 오로지 여름만을 공략한다. 물론 지금까지 두차례 여름이 아닌 시즌에 별도로 음반을 내기는 했지만 정규앨범은 무조건 해마다 여름에 발표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앨범들이 모조리 히트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도 그들은 2001년 ‘점포맘보’, 2002년 ‘진실’을 내리 인기차트 정상에 올려놓았다. ‘진실’의 경우는 지난해 최고판매량인 50만장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가히 세계음악사에 유례없는 ‘여름음악 전문그룹’이다. 올해 내놓은 신보도 속지에 시원한 해변을 배경으로 한 김성수·유리·이재훈 세 멤버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여덟장의 앨범이 알려주지만 그들은 또한 기념비적인 활동기간 기록을 만들어냈다. 올해로 어느덧 그룹 결성 10년을 맞은 것이다. 물론 숫자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댄스음악으로는 5년도 힘들다’는 음악계의 속설을 무너뜨리고 10년을 견뎠다는 사실은 무시할 것이 못된다. 무시는커녕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래서 가요계에서는 그들을 두고 ‘정글 서바이벌 게임의 생존자’라며 부러워한다. 도대체 쿨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흥겨운 리듬에 실린 감각적인 가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청춘남녀의 일상적인 사고가 직설적인 언어로 거침없이 표현된다. 그것이 또 냉방장치처럼 시원하게 들린다. 신보의 타이틀곡 ‘결혼을 할거라면’도 ‘결혼해줘요, 눈 딱 감고 내 한목숨 그댈 위해서 다 던져버릴테니, 그대 인생 내게 맡겨봐요…’하는 구어체 노랫말이 핵심이다.
결코 미인은 아니지만 친근감을 잃지 않는 유리의 평범함, 음악을 책임지는 이재훈의 재능, 김성수의 유쾌한 랩 등 3인 캐릭터도 완벽하다. 이제 사계절을 포괄하는 음악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쿨처럼 하나로 ‘전문화’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댄스그룹 쿨의 경이로운 ‘10년의 생명력’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이제 음악은 장르뿐만 아니라 소재도 전문화 시대를 맞고 있다.
임진모(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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