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스타크 여전사들 어디서 뭐하나

 “은경이 누나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iTV에 출연해 게임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통 보이질 않네요.”

 ‘베리’ 이은경은 웬만한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라면 ‘아∼’하고 떠올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프로게이머다. 하지만 요즘 그녀를 본 사람이 없다. 평소에 함께 잘 어울리던 남성 프로게이머들도 요즘은 그녀를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어디로 갔을까.

 비단 이은경 선수뿐만이 아니다. 김가을·김지혜·박윤정 등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던 미모의 스타크 여전사들이 하나둘씩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더이상 여성 프로게이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올초만 해도 겜TV가 여성리그를 준비해 그녀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겜TV가 문을 닫으면서 이같은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스타리그 무대에서 여성리그가 사라진 이후 이들 여성 프로게이머는 각자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다. 학업을 중단하고 스타크래프트에 몰두했던 선수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게임이 좋아 직장까지 그만뒀던 이들은 다시 직업전선에 나섰다.

 ‘베리’ 이은경과 ‘저그여왕’ 김가을은 학업에 정진중인 케이스. 이은경은 지난 4월말로 iTV 출연을 마치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가 전북대 전자공학부 4학년에 복학했다. 방과 후에는 남몰래 배운 칵테일 실력을 발휘해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게임은 거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졸업 후에는 게임회사에 입사해 게임관련 일을 계속하고 싶어한다.

 김가을은 한양대 산업공학과 4학년에 복학, 미뤄온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 틈틈히 선배 프로게이머가 운영하는 대학로의 보드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완전히 접고 자신의 일을 찾은 선수들도 많다. 특히 뛰어난 미모로 남성 팬들을 열광케 하며 초기 여성리그를 이끌었던 김인경은 서울 역삼동 부근에서 친구와 함께 칵테일 바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프로게이머는 그녀가 지금은 매혹적인 ‘바텐더’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또 테란을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하던 박윤정은 경희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지난 1월 엔씨소프트에 입사, 리니지 게임마스터(GM)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프로게이머로서의 꿈을 접지 않고 남자 선수들과 함께라도 대회에 출전하겠다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 소울팀의 서지수(19)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온게임넷 챌린지 리그에 출전, 남자 선수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뤄보겠다며 맹연습중이다. 최근에는 SBS의 오락프로그램인 ‘진실게임’에 출연하는 등 스타크 여전사의 보루로 남아 있다.

 여성리그 마지막 우승자인 김지혜와 김영미 등도 남자리그에 욕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리그에는 출전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라 당분간 스타리그 무대에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언제고 대회만 열리면 출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 여성프로게이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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