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두편의 영화가 안방극장에 소개된다.
‘지구를 지켜라’와 ‘레드 드래곤’은 동일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의 형식이 전혀 다른 작품이다.
‘레드…’가 ‘양들의 침묵’을 잇는 정통 스릴러물이라면 ‘지구…’는 SF·코미디·액션·공포가 골고루 녹아있는 복합장르물이다.
‘레드…’는 인간 내면에 있는 사악함의 본질과 공포를 끄집어내는 한니발 렉터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다.
잔인한 연쇄살인이 일어나자 FBI 요원 그레엄(에드워드 노튼)은 렉터 박사(앤터니 홉킨스)를 찾아가 연쇄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추적한다. 곧이어 렉터를 존경하는 이빨요정(랄프 파인즈)이라 불리는 살인마의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지면서 그레엄과 이빨요정 그리고 렉터 박사와의 심리전이 고조되며 스릴러의 면모를 드러낸다.
‘레드…’는 무엇보다 앤터니 홉킨스, 에드워드 노튼, 랄프 파인즈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압권이다.
이 작품이 ‘양들의 침묵’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들의 힘이다.
장준환 감독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지구…’는 ‘길’ ‘블레이드 러너’ ‘양들의 침묵’ ‘미저리’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등 여러 영화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뒤섞여 극의 재미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야기의 발단은 납치극으로 시작한다. 강원도 태백 두메산골에서 양봉업으로 생계를 잇는 청년 병구(신하균)는 자신의 불행이 외계인에 의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날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는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병구는 유제화학 강만식 사장(백윤식)이 바로 외계인이라고 믿고 그를 납치한다. 그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인으로 위장한채 살아가고 있는 강 사장을 납치해서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고문한다.
이렇게 다른 두 작품은 복합 장르와 정통 스릴러라는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연쇄살인의 주체가 모두 억압된 과거를 가진 상처입은 인물들이란 점에서 닮았다.
‘레드…’의 연쇄살인범은 어릴적 받은 상처 때문에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등에 레드 드래곤 문신을 새긴 괴물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는 살인범이라기보다는 왠지 상처입은 현대인의 모습을 닮아있다.
‘지구…’에서 외계인을 쫓는 병구도 어릴적 상처가 사건의 매개로 작용한다.
유제화학에 근무한 바 있는 병구는 애인이 노조파업 때 자신의 눈앞에서 숨지고 어머니는 직업병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아버지는 갱도에서 목숨을 잃고 병구 자신은 학창시절 매질을 당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는 청년이다.
자신에게 위협적이었던 존재들을 외계인이라고 믿는 병구의 믿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실을 질타하는 것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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