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패권 경쟁의 첫 대결장은 후발사업자의 인수전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인수주체로 급격히 부각한 LG가 KT와 경합하고 SK텔레콤은 포기한 형국이나 상황에 따라선 세 그룹의 쟁탈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법정관리 이후 업계와 정부로부터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던 두루넷과 온세통신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관측됐다.
◇LG와 KT, 두루넷 인수전 돌입=정홍식 LG 통신총괄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하나로통신을 확보하면 두루넷까지 인수, 경영을 하나로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7.2%, 12.6%로 합쳐질 경우 점유율 48.3%의 KT와 맞설 수 있다.
문제는 KT가 두루넷의 인수를 강력히 희망해왔다는 점이다. KT는 새로 등장하는 통신 LG에 대해 두가지 우려를 갖고 있다. 하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의 증가이며 또다른 하나는 파워콤의 광동축케이블(HFC)망이다. 두루넷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는 데다 유일한 HFC망 기반이다.
따라서 KT는 내심 두루넷 인수를 원하고 있지만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는 정책당국의 입장으로 인해 두루넷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KT는 LG에 비해 자금력이 풍부하다. 통신시장 구조조정 차원에서 두루넷의 처리가 시급하다면 KT가 인수하는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정관리중인 두루넷은 오는 15일부터 한달 동안 공개매각 입찰을 실시해 늦어도 9월중으론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유선에 대해선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려는 KT와 유선쪽의 2강을 만들려는 LG의 세력싸움은 따라서 올 가을께 판가름될 전망이다. 변수는 있다.
업계 전문가는 “SK텔레콤이 유선사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다시 유선사업에 뛰어들 수는 없으나 LG와 KT의 인수경쟁 와중에 어부지리로 전격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와 LG의 향후 유선전략도 그 결과에 따라 바뀔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LG가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방향이나 망 시너지 효과면에서 우리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으나 자금동원력에서 문제가 있어 향방을 점칠 수 없다”면서 “어떤 회사가 됐든 인수에 용이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온세통신의 경우 두루넷과 달리 M&A보다는 자구책 마련에 치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찍 법정관리에 들어가 운영자금에 여유가 있는 데다 음성 위주의 사업성격상 통신 대기업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라는 현실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두루넷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그 다음 차례는 온세통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 지연 가능성 배제 못해=LG와 KT가 후발사업자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인수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우선권을 쥔 LG가 감당하기엔 후발사업자의 부채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두루넷의 경우 최소한 부담해야 할 부채가 7000억원대다.
이 때문에 부채탕감 논의가 앞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해조정을 거치려면 인수주체 결정이 올 연말 이후로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구조조정의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통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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