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구미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구미공단 방면으로 5분 가량 달리다보면 도로 양켠에 빼곡히 주차된 복잡한 공단 안길과 마주친다. 이 도로를 따라 두세 번 코너를 돌다 보면 낯익은 국내 대기업 간판들 사이로 ‘SEVIT’이라는 회사 로고가 선명하다.
‘세상의 빛’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긴 세비텍(대표 심봉천 http://www.sevitech.com)은 첨단 디스플레이인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TV와 TV 솔루션을 생산, 현재 전세계 TFT LCD TV시장의 3%를 점유하고 있는 야심찬 벤처기업이다.
정문에 들어서면 총 1300평 규모의 부지에 왼편으로 소규모 생산공장과 그 옆 연구소를 겸한 본사가 단촐함을 느끼게 한다.
“본사 조립라인은 월 100대 가량의 샘플 수출만을 위한 생산공장입니다. 수출제품의 조립은 외주를 통해 다른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고 있는데 월 최대 생산량은 2만4000대 정도입니다.”
생산물량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김남구 기획관리실 이사(45)의 대답이다.
실제로 대규모 생산은 현재 두 개의 국내 외주업체와 프랑스 현지법인 공장 등 세 곳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샘플을 위한 조립라인공장으로 들어서자 한 개 라인에 10여명의 직원이 인쇄회로기판(PCB) 등 각종 부품을 LCD TV에 조립하느라 손놀림이 쉴 새가 없다. 공장 한켠에는 100여개의 협력사로부터 공급받은 300여종의 TV 부품이 조립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통째로 쌓여 있다. 또 신제품을 대상으로 영하 20도와 영상 45도에서도 장시간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다양한 실험이 그 옆 테스트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본사 건물 2층에 위치한 세비텍연구소에서는 최소 6년부터 15년까지의 TV 설계경력을 가진 석사급 이상의 핵심 브레인 15명이 밤낮없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TFT LCD TV에 들어가는 PCB 디자인에서 회로 및 기구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가 이들의 주요 임무다. 연구개발에 대한 이 회사의 관심은 남다르다. 지난해 달성한 90여억원의 매출 가운데 33%에 해당하는 3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할 정도다.
“앞으로의 연구개발에서는 DTV 및 PVR 복합, DVD 내장 등 디지털 컨버전스제품 개발과 디지털 셋톱박스를 통해 방에 있는 PC를 거실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무게를 둘 계획입니다.”
이동수 연구소장(40)은 또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TV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TFT LCD TV가 가정에 급속히 파고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디지털 기기를 통합한 TV도 잇따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6월 10.4인치 TFT LCD TV&모니터 첫 제품을 출시한 세비텍은 만 2년 만에 무려 20여종의 제품군을 가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샤프와 LG 필립스LCD·삼성 등 LCD TV를 생산하는 대기업보다 제품 종류가 더 많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제품의 기술력과 가격, 디자인은 물론이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빠른 납기가 가능하고, 대기업이 꺼리는 특수스팩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비텍은 올해 전세계 LCD TV 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도 전세계 LCD TV 예상판매량 900만대 가운데 5%면 45만대에 이르고, 매출로 보면 1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세비텍의 매출 목표는 590억원이며 오는 2005년쯤에는 2005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의 성장추세라면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세비텍 측의 자신감이다.
[인터뷰]심봉천사장
“올 상반기 매출이 100억여원대로 좀 약했지만 하반기에는 일본과 미국에 100만대 가량의 대규모 수출계약이 후속타로 준비돼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올해 설정한 매출 590억원은 가볍게 달성될 것으로 봅니다.”
심봉천 사장(44)은 또 “최근 LCD TV를 공급해 달라는 해외바이어들의 요청이 엄청나게 많다”며 “지금은 물량을 소화해줄 바이어를 골라서 공급해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관련 세계 유명 전시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참가했는데 이제는 직접 물건을 팔기 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Creation with Customer)이 되겠다는 모토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심 사장은 올해말까지 D-BOSS, 네오피아 등 자체 브랜드의 수출비중을 현재 20%에서 3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향후 세계 최고의 토털 디지털TV 메이커로 발돋움하겠다”는 그의 꿈이 그리 멀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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