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석 환(평택대학교 경상정보학부 교수)shcho@ptuniv.ac.kr
우리나라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협력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었지만 이후 국내외적인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기류로 선회하면서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화해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상황이 어떠하든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북 IT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정상회담 덕분에 남북IT학술교류가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정치적으로는 휴전선이 열리고, 철도와 함께 금강산 관광은 해로는 물론 육지의 도로가 연결됐다. 멀지않은 미래에 개성에 IT공단이 조성되면 한반도는 물류중심지로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IT강국으로서 정보·기술·문화의 중심인 동북아 경제권의 허브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이는 8세기 말과 9세기 초에 걸쳐 남북의 교류가 단절된(신라대 발해) 상황에서 개방과 대외진출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이어 동북아의 상권을 장악했던 장보고의 광활한 해상지배모형의 교훈이 우리 앞에 실현되는 것으로 통일된 우리민족에게 부의 젖줄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지난 국민의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정권에 자금을 몰래 갖다바쳤다는 비난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로벌 안목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학자들로 구성된 남북IT학술대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미래 남북통일에 대비한 IT표준들이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의 당국자들이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IT분야의 기술을 남의 마케팅 기획력에 접목시켜 상호 협력 파트너로서 역할분담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북한의 기술이 거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한의 기초학문 분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탄탄하다. 필자는 지난해 8월 산업자원부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정보화시대에 따르는 민족어의 통일적 발전과 언어정보산업 표준에 관한 학술모임’에 참석, 통일된 한반도에서 사용할 한글 컴퓨터 자판 통일 문제를 평양의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IT학자들과 함께 연구·발표한 경험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북한의 기초학문 중시 풍토였다. 사소한 예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남한은 컴퓨터 자판 연구가 과소평가된 점이 없지 않지만 북의 학자들은 키보드의 과학적인 배열과 교육을 IT시대에 매우 중요한 기초연구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충실한 북의 IT기초학문 연구풍토도 부러웠지만 북의 기초기술과 남의 응용기술이 합쳐지면 훌륭한 성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 21세기 경제강국을 만들어야 할 때다. 훈민정음 창제 550주년과 광복 50주년이 되던 1996년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는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에서 식민지의 상징이었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과감하게 헐어버렸다.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벽을 남북의 IT로 과감하게 헐어버리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현재 남북 모두가 이러한 의지를 가지고 IT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촉진하고자 서로가 노력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 평가하고 보완하는 것은 곧 미래 통일의 시너지 효과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19세기 말 우리는 근대화의 물결에 자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여 일제의 강점과 조국분단이라는 뼈아픈 시련을 당했다. 이제 남북이 IT를 공유함으로써 정보화의 물결에 편승, 경제강국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성취해야 할 때다. 그것이 강대국들의 힘이 요동치는 한반도에서 민족생존과 번영을 위한 길이며 평화적으로 통일된 한반도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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