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맞은 `오라클의 피플 인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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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클이 피플소프트 인수 의사를 천명하며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충격’을 던져준 지 꼬박 한달이 됐다.

 지난달 6일 51억달러에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겠다며 폭탄선언을 한 오라클은 이후 63억달러로 인수가를 상향하는 등 피플소프트 합병 의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변환경은 오라클에 나쁘게 진행되고 있다. 반독점 문제를 비롯한 악재가 돌출, 인수 가능성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오라클, 왜 합병에 목매나=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DB SW)를 기반으로 큰 오라클은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최근 SW업체간 경쟁은 DB SW보다 주로 여기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치열하다. 피플소프트 인수는 바로 이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2위인 오라클의 입지를 강화시켜 준다. 또 오라클이 제공하지 못하는 제품을 보완하면서 피플소프트 제품의 컨설팅 서비스와 보수유지료 등 신수입원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플소프트 고객들에게 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과 DB SW 일체를 구매토록 해 외형을 키울 수 있다.

 ◇난제 산적=하지만 한달이 지나는 동안 오라클에 악재만 터지고 있다. 우선 오라클은 7일(현지시각)로 예정돼 있던 피플소프트 주식 공개매수 시한을 18일까지로 10일간 늘렸다. 피플소프트 주주들이 오라클의 ‘구애’에 대해 냉담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2차 인수가액인 주당 19달러 50센트가 피플소프트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적은 액수라고 말한다. 오라클은 3일 현재 피플소프트 전체 주식(3억1660만주) 중 11%에 해당하는 3480만주에 대한 매각 의사가 밝혀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라클이 피인수기업의 인수방지 정책인 이른바 ‘포이즌 필(poison pill)’ 등을 방지해 피플소프트를 원만히 인수하려면 50%까지 확보해야 한다. 스티브 스와시 피플소프트 대변인은 “오라클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매우 낮은 수치”라며 “대다수 주주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증거”라고 반색하고 있다.

 반독점 문제도 오라클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3일 미 사법당국은 오라클에 피플소프트 인수와 관련된 2차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 오라클에 좌절을 안겼다. 미 사법부의 2차 자료 검토는 그만큼 반독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정부도 반독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이다. 텍사스·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델라웨어·미네소타 등 15개나 되는 주정부 관계자들이 실무그룹을 결성해 오라클에 반독점 칼날을 들이대기 위한 정밀검토에 나섰다.

 ◇향후 전망=델라웨어 법정에서 당초 16일에 열리기로 돼 있던 오라클과 피플소프트간 1차 심리가 양자 합의로 25일로 1차 연기됐다. 지난 6월 19일 오라클은 “피플소프트가 포이즌 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었다. 현재 미 사법부는 오라클처럼 피플소프트에도 2차 자료 요청을 할지 심사 중이다.

 만일 사법부가 이달 중순까지 피플소프트에 추가자료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피플소프트는 조만간 예정대로 JD에드워즈와의 합병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 경우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는 그만큼 힘들어지게 된다. 오라클이 JD에드워즈까지 함께 인수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가운데 피플소프트 인수는 수많은 난관을 앞두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