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부결 하나로 이사회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외자유치 안건 승인을 부결시킴으로써 외자유치를 통한 회생은 이제 물건너 가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헐값매각을 이유로 외자유치를 반대해온 LG는 유일한 협상카드를 쥔 가운데 유리한 고지에서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확보에 한발짝 다가서게 됐다.

　◇외자유치안 부결 배경=이사진의 외자유치 부결은 결국 LG측의 헐값매각론이 먹혀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로측은 AIG컨소시엄과의 막판 협상을 통해 당초 3000원에서 3100원으로 인수가격을 인상한 수정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았으나 이사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사들은 삼성전자와 SK측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구조조정 촉진 차원에서 LG측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외자유치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구조조정후 외자유치를 통한 통신시장의 구조조정 방안과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서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 외자유치안 부결을 이끌어냈다.

　이에 더해 추후 통신시장 재편방안에 대한 정통부와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예상했던 대로 삼성전자·SK텔레콤·하나로통신(2명) 등 소속 이사 4인은 외자유치 찬성에 표를 던졌으나 나머지 이사들은 반대에 손을 들어줬다.

　◇이사회장 표정=이사회가 표결을 통해 부결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주요주주간 협의가 불발로 끝났기 때문이다. 하나로 사외이사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LG와 삼성전자·SK텔레콤·하나로통신측이 따로 회의를 거쳐 결정을 내릴 것을 제안했으나 따로 자리를 가진 주요 주주사의 이사들이 합의를 보지 못함에 따라 결국 표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IG컨소시엄측이 이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협상자체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밝힌 것도 오히려 표결로 결정케 만들었다.

　◇향후 전망=하나로 이사회는 오는 8일 차기 이사회를 다시 열어 LG의 유상증자안을 최종 논의키로 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로 이사회는 결국 LG의 유상증자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측은 이사진에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안을 제안하면서 현재 도출되는 가격인 2100∼2200원보다 300∼400원 인상된 2500원의 최저발행가격과 실권주 전량 인수를 확약했다. 더구나 AIG컨소시엄측은 이번 외자유치안이 부결될 경우 별도의 협상은 없을 것으로 못박은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상증자가 시행돼 LG가 5000억원 규모의 신주 중 대부분을 인수할 경우 LG는 사실상 하나로를 인수하게 된다. 물론 주총이라는 막판 변수도 남아있지만 LG가 하나로 경영권을 확보, LG중심으로 후발사업자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밝혔듯이 LG그룹은 이르면 올해안, 늦어도 내년안에 하나로-데이콤-파워콤 통합을 통한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게 됐으며 추후 두루넷 등의 인수를 통한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