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기술 주력…원천기술 특허 대응 미비
국내 전자업체들이 동영상 압축기술인 MPEG 및 디스플레이 관련 국제특허 분쟁에 잇따라 휘말리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인 D사와 L사, 중견기업인 K사 등이 미국·일본의 로펌 및 관련 대기업과 MPEG 오디오 기술 및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에 대한 사용권 문제로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미국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지적재산권 업무를 맡고 있는 이탈리아계 로펌인 시즈벨는 최근 DVD플레이어·MP3플레이어 등에 MPEG기술을 채택해 판매해온 D사와 L사를 포함한 상당수 전자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업체들이 보유 중인 ‘MPEG 오디오 기술’을 침해했다며 로열티를 요구하는 협상공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사의 관계자는 “시즈벨이 지난해부터 MPEG 오디오 기술에 대해 로열티를 요구해 협상 중이나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원천기술이기 때문에 회피가 어려워 최대한 로열티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시즈벨은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국내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일부 중소업체는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의 소니도 최근 국내 비디오폰 개발업체인 K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K사는 지난 20여년간 소니에서 개발한 디스플레이용 음극선관(CRT) 정품을 구입해 아파트 비디오폰을 개발, 판매해왔으나 소니 측으로부터 ‘영업과 특허는 별개의 문제’라며 지난달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받은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 같은 특허분쟁 배경에 대해 “국내 기업체들이 응용기술 개발에만 치우친 탓에 원천기술 특허에 대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특허전문가와 로열티 협상전문가 부재 등도 특허 분쟁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진국은 우리와 대조적으로 지난 80년대부터 포럼을 통한 완전한 기술의 포트폴리오 대책을 마련하고 각자 보유하고 있는 지재권을 특허풀로 연합해 관리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 정보통신 및 IT 관련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응용기술보다 원천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첨단 기술의 우수한 응용력을 보유한 국내 업계에서 국제 포럼과 특허풀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