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외국인 투자유치국.’
지난 1일 ‘외국인투자유치 전략’을 주제로 열린 테마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이에 발맞추듯 산자부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발벗고 나선 상태. 여기에 그 대상국가가 일본이고 더 나아가 부품·소재분야일 경우에 정부의 허리는 더욱 낮아진다. 최근에는 일본 부품·소재업체 투자유치를 위한 전담기구까지 마련하기로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품·소재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때문에 일본의 첨단 부품·소재업체를 국내에 유치해 첨단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고용효과도 끌어내 궁극적으로 국내업체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정부차원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침을 접하고 정작 기뻐해야 할 부품업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내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부품업계 입장에서는 이미 인건비가 오를대로 오른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찾기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일반 부품업체들의 경우 오래 전부터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해외이전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요즘들어서는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들도 연일 국내 노동환경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인천 남동공단에 소재한 한 일본계 기계·공구업체는 영업실적이 나쁘지 않은 상태지만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었다고 한다. 자국 기업들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나라에 좋은 투자유치조건만 보고 들어올 외국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활기를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에 하나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경제부·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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