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최악`고비 넘긴다

　신임 정홍식 LG 통신사업 총괄사장이 1일 하나로통신의 5000억원 유상증자를 제안함으로써 일단 하나로통신은 최악의 고비를 넘기게 됐다. 최대주주인 LG그룹이 헐값매각이라며 외자유치를 반대했던 명분이 불과 며칠만에 보다 진일보한 대안으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정 사장의 제안에 대해 “정식으로 직접 제안을 받은 것이 아니고 전해 들은 것이어서 아직 코멘트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당장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의 의도=정 사장의 언급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생각했던 당초 입장에서 한발 나아가 현재 추진중인 외자유치 규모에 맞춘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에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라도 LG가 실권주 100%를 책임지겠다고 함으로써 전에 없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하나로통신·데이콤·파워콤을 전략적 제휴로 묶어 시설투자나 사업화 측면에서 투자효율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과당경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내 LG 계열 통신사업자군을 통합할 경우 훨씬 유리한 조건에 외자유치를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성=LG측의 유상증자 제안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하나로통신은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5000억원이라는 막연한 수치만 제시됐을 뿐 유상증자의 방법이나 시기 등 구체적인 집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주요 주주와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와 LG텔레콤의 미래 경쟁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에서 다소간의 진통이 예상된다.

　정 사장 역시 이같은 상황을 예견한 듯 “하나로 이사회에서 (LG측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까지 했다.

　하나로통신 이사회 관계자는 “LG가 제안한 유상증자 방안도 가격과 (현금 내지 전환사채(CB) 등) 방식이 문제이며, 추가 소요자금에 대한 해결책도 없다”면서 “현재로선 수용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며 이사회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3일 이사회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당장 속단하기는 어렵다. LG의 제안이 통과된다면 하나로통신은 독자회생은 물론 LG 계열로 빠르게 편입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며, 만에 하나 부결된다면 더이상 외자유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동원증권 조성욱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 방법이 문제지만 이 정도의 현금만 들어온다면 외자유치보다 나쁠 것은 없다”면서 “그러나 당장 급한 불을 끄더라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자간 자회사간 통합을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해 앞으로 LG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3일 이사회를 시작으로 이달말 임시주총까지 한달간의 촉박한 시간동안 하나로통신의 사운과 LG의 통신사업 구도, 후발사업자 진영의 구조조정 윤곽이 동시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