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제관리로 법정공방이 진행중인 용산 선인상가가 이번에는 임대 재계약 당사자를 놓고 임차인조합과 상우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97년 선인산업 부도로 표류해 온 선인상가는 지난해 7월 지포럼에이엠씨가 옛 선인산업 주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으며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포럼과 채권자인 임차인조합이 근저당권 말소와 관련된 소송을 펼치면서 법원의 강제관리를 받아왔다. 소송이 장기화되자 지포럼은 법원에 임대료 조정을 건의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여 임대 재계약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는 임대료 자체가 논란의 초점이었으나 최근에는 임대 재계약 당사자를 놓고 공방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상인들의 입장=선인상가상우회(회장 이병운)는 강제관리인이 신규 임대계약시 선인상가 상인에게 임대차 계약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상우회측은 “임차인이 건물주로부터 임대받은 매장을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다단계식 전대차’ 구조 때문에 임대료가 폭등해 상인이 큰 고통을 받았다”며 “신규 계약시 상인에게 임차권을 보장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우회는 임차인이 선인산업의 부도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채권회수 가압류 신청을 포함해 부동산 경매를 원하는 이상, 채권자의 권리만 남았을 뿐 임차인의 권리는 상실했다는 입장이다.
◇임차인들의 입장=임차인조합은 상우회의 주장은 법적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선인산업 부도 이후 조합이 제기한 가압류나 경매 신청은 재산권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일 뿐 임차권 포기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조합측은 “임대료 인상 논의는 강제관리 재판부와 지포럼, 임차인조합의 법무 대리인이 합의한 사항으로 상우회는 재계약권을 주장할 어떤 권리도 없다”며 “상인은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임차인과 계약을 맺고 상행위를 벌였을 뿐 일방의 강요에 의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협상 전망=양측의 주장이 충돌하며 선인상가는 큰 혼란에 휩싸였으며 논란의 한 주체인 지포럼의 주장마저 양측과 엇갈리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지포럼에이엠씨측은 임대료 책정을 위해 법원이 실시중인 한국감정원의 상가 가치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포럼은 상가의 실제 임대료 수준을 20억원으로 보고 임대료를 올릴 계획이었으나 공인기관을 통한 평가후 임대료를 책정하면 이 요구 수준을 만족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법원이 지포럼을 배제한 채 감정 평가에 따라 임차인이나 상인 누구와 계약을 맺더라도 향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재계약을 맺으면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5년 동안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해 강제관리 취소 후에도 지포럼의 권한 행사를 제한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는 전면전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며 법원의 조속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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