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피해는 천재지변…보상 못한다"

　국내 보험사가 인터넷 관련 보험의 보상 범위에서 웜에 의한 피해를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웜에 의한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어 관련업계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은 ‘e비즈니스배상책임보험’을 판매하면서 인터넷 침해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전자상거래의 금전적 피해나 시스템 마비에 의한 손해를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손해보험사들은 보상범위에서 ‘웜에 의한 피해’를 제외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이르면 7월부터 신규가입자에 대해서는 웜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고객들도 약관을 변경, 보상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같은 손해보험사들의 움직임은 웜에 의한 피해가 ‘천재지변’에 해당하고 피해를 막기 위한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고의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 손해보험사의 관계자는 “웜에 의한 피해는 불특정다수의 컴퓨터로 인해 네트워크 마비나 시스템 손상으로 이어지는 천재지변 성격의 피해”라며 “슬래머 웜에 의한 1·25 인터넷대란의 피해에 대해 정보통신부가 천재지변으로 규정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웜을 막을 수 있는 백신 등의 대책을 소홀히 하거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더라도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사고액이나 요율 산정이 어려운 것도 웜의 피해를 보상범위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앞으로 e비즈니스배상책임보험을 신규계약하거나 재계약할 경우 웜에 의한 피해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보험사의 방침대로 웜에 의한 피해가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웜에 의한 대형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 시행과 관련해 고객과 보험사 사이에 연쇄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를 통해 e비즈니스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대기업과 전자상거래업체, 보안서비스업체 등 200여곳에 이른다.

　모 보안관제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정통부가 인터넷대란에 대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는 천재지변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며 “갑작스런 피해보상 범위 변경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웜에 대한 분류기준안과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향후 예상되는 피해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