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5년 완공을 목표로 700억원대(건축비 제외)의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센터의 각종 시스템 발주전을 외국업체가 독식하자 국내 IT업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9일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항우연은 우주센터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 다섯 가지를 공개경쟁입찰로 추진하고 있으나 수백억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핵심부문의 수주전에서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의 해외 업체가 모두 독식했다.
반면 국내업계는 동등한 입찰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기술력에서 다소 처지는 데다 정부의 간접지원도 거의 없어 입찰에 응해보지도 못하고 분루만 삼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항우연은 발사체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원격자동수신장비인 텔레메트리 2대를 프랑스 인스넥사와 160억원에, 발사체의 초기상태를 데이터로 남겨놓게 되는 광학추적장비(EOTS)를 프랑스의 사젬사와 51억원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계약 단위가 400억원대인 발사체의 날아가는 방향을 체크하는 추적 레이더 부문에서는 이스라엘의 IAI·MLM사와 계약 사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발사체가 잘못된 경로로 비행할 경우 폭파지령을 내리게 되는 30억∼40억원대의 FTS장비나 일기 상태를 체크하는 기상 레이더의 핵심장비 발주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시행할 계획이지만 역시 국내 IT업계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업계에서는 삼성SDS와 쌍용정보통신·KT·LG CNS 등 4개 업체가 발사통제장비 보조시스템이나 모니터 등 지원장비부문에 관심을 보일 뿐 수백억원대의 핵심장비 분야는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S업체 관계자는 “우주센터와 관련된 장비시장이 워낙 제한적인 데다 수요 또한 많지 않아 기술 개발 등에 전력투구하는 데는 위험이 크다”며 “소프트웨어나 디스플레이 등 일부 품목에만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실시한 입찰에서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업체가 들어 있는 경우는 없다”며 “전체 시스템 중 40% 정도는 국내업체의 접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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