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투자로 예산 낭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지난해 9월 전산시스템 통합전 경쟁적 전산투자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국민·우리·중소기업·외환은행에 대해 예산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합병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은행합병 각서 체결 후 신규투자 억제 결정을 무시하고 각자 IT투자를 계속해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를 초래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주택은행은 지난 2000년 12월 은행 합병 양해각서(MOU)가 체결됨에 따라 99년 4월부터 구축된 신시스템이 전산통합 후에 활용가능한지를 검토해 진행여부를 결정해야 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용역을 계속 진행해 총 용역비 130억원 중 합병 MOU 체결 이후부터 투입된 60억5000만원 상당의 용역비 대부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99년 7월부터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 국민은행도 합병결정 후 신규투자를 억제해야 함에도 주택은행과 마찬가지로 개발을 계속 추진했으나 통합전산시스템이 주택은행의 시스템이 됨에 따라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총 496억원의 사업비 중 합병 MOU 체결 이후 투입된 용역비 등 86억5300만원 상당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두 은행은 이처럼 전산시스템 기반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도 이후 신시스템 및 차세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개별업무처리프로그램 등 12건(68억여원)을 개발, 이 중 27억7500만원 상당의 SW는 불용 처분하고 40억2600만원 상당의 HW는 당초 구입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고 밝혔다.

　또 감사원은 국민은행이 합병결정 후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통합시스템으로 결정된 주택은행의 재해복구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다 약 4개월 후에 이를 포기하고 주택은행 방식으로 재구축함으로써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투입된 28억4500만원 상당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