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요?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죠. 농구게임을 하면 마이클 조던이 될 수 있고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 잭 웰치가 될 수도 있어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 탑건에 나오는 매버릭이 되기도 하니까요.”
온게임넷 프로그램 작가에서 PD로 변신, ‘게임인게임’ ‘뮤림남녀’ ‘빅대빅’ ‘온라인특공대’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한 하정석 PD(27)는 작가 출신답게 독특한 게임예찬론을 펼친다.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그동안 꿈꿔온 모든 역할을 해볼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논조다.
하 PD가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군대에서 장군 당번병으로 생활할 때 몰래 즐기던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면서부터. 다른 동료들은 보안감사에 걸려 군장을 돌아도 장군 당번병이라는 특권으로 그만은 자유롭게 게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전역 후에도 스타 열풍에서 헤어나지 못해 야심차게 준비하던 회계사 공부도 포기했다. 결국 어릴적 꿈을 되살려 드라마 작가에 도전, 게임전문 케이블방송인 온게임넷에 프로그램 작가로 나섰다가 연출까지 맡게 됐다.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만들거나 게임을 특성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이 즐거워요. 게임을 직접 하는 재미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는 것은 큰 보람이죠.”
사실 그도 게임이 업이라는 사실이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라도 일단 일이 되고 나면 더이상 즐겁기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마냥 즐겁단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다르게 해석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뭔가를 더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큰 행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같은 그의 기분은 그가 맡은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도 그대로 배어난다. 요즘 그가 주로 즐기는 게임은 인도풍의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인 ‘탄트라’인데 이는 마침 그가 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인 ‘온라인 특공대’에서 다룰 차기작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는 얼마전에 인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인도를 느끼고 온터라 인도풍의 게임은 그를 자연스럽게 마니아로 끌어들였다. 그러다보니 밤 12시까지 진행해야 하는 빠듯한 촬영일정도 그에게는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이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또 이들 사이에서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이도 있다. 하 PD는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면서 이를 또다른 이에게 전달해주는 게임 전도사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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