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홈워킹그룹 발족에 부쳐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IBM·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 일본 소니·마쓰시타 등 세계 17개 기업이 디지털홈워킹그룹(DHWG)을 결성한 것은 세계 PC·가전·휴대폰·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주요 업체들의 연합체라는 점에서 세계 IT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DHWG 결성의 표면적인 이유는 홈네트워크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홈네트워크 시장 확대에 대한 세계 IT업계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난 2000년 IT호황 이후 침체에 빠진 IT업계는 유무선 통신을 이용해 집안에 있는 각종 가전제품과 IT제품을 연결해 데이터·콘텐츠를 상호 호환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만이 새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는 등 시장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체는 업체대로, 제품은 제품대로 제각각 다른 표준을 내세우면서 기본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기대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이번 워킹그룹에 참여한 기업들은 바로 이처럼 한계성을 갖고 있는 기존 시장에서 홈네트워크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선 호환성 문제 해결이 우선 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DHWG 출범으로 이제 PC와 정보가전제품간 호환 문제가 해결되고 그동안 기대만 컸던 홈네트워크 시장의 활성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세계 IT기업체간 홈네트워크사업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워킹그룹 출범으로 홈네트워크 표준화 주도권 경쟁이 오히려 확산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그룹은 이미 구축돼 있는 업체별 표준을 기반으로 해 상호 운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등 기술적인 설계 가이드라인만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업체간 얼라이언스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이 워킹그룹은 특히 전세계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거의 망라돼 있어 이곳에서 정해지는 가이드라인은 산업계 표준(디팩토 스탠더드)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국내 IT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만이 참여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8개사만이 참여하는 이사회 멤버로 세계 디지털 정보가전 선도기업들과 함께 표준을 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한편으로 보면 우리나라 홈네트워크 분야 기술수준을 높게 평가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 시장은 이제 급물살을 탈 것이 분명하다. 세계 IT업체들이 이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국내 IT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 IT 신사업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면 중소 벤처기업들의 투자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한국경제에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홈네트워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마케팅 및 제품 개발의 협력을 통한 ‘윈윈’ 전략이 통할 수 있는 분야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반도체·휴대폰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제품으로 홈네트워크를 성공시킨다면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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