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국민銀 전산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전산통합 이후 발생한 시스템 장애 일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전산망이 옛 주택은행과의 통합 이후 잇따라 장애가 발생, 은행 전산시스템 운영에서 최우선 과제인 ‘안전성’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산망 장애는 가장 최근인 지난 25일 관련시스템이 다운돼 공과금 수납이 10여분간 중단된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무려 3번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주택은행과의 전산망 통합 이후 다섯 번째다.

 장애 유형은 작동 실수에 의한 것과 시스템 내부의 오류 등 다양하다. 금융시스템 전문가들은 99.99% 이상의 가용성이 보장돼야 할 은행시스템이 한 달 사이 3번이나 장애가 발생한 것은 시스템 구조상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스템 운용부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애 원인은 제각각=지난 15일 발생한 시스템 장애로 인해 금융자동화기기·폰뱅캥·인터넷뱅킹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4시간가량 마비됐다. 또 23일에는 은행에서 증권회사·신용카드사·캐피털회사 등으로 주식매매대금 또는 카드이용요금을 결제하는 연계 계좌 자동이체 업무가 수시로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측은 15일 장애의 경우 배치작업 과정에서 시스템 부하를 못 이겨 발생한 것으로 근본 원인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적인 문제와는 무관한 데이터 구조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23일 발생한 장애로 연계 계좌 자동이체와 관련된 서버시스템이 다운됨으로써 하드웨어에도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서버시스템 공급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25일 발생한 장애는 ‘인재’에 속한다. 이 사고는 과금 관련 서버시스템 교체작업 중 데이터베이스 정비과정에서 실수로 시스템 오류가 나타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국민은행측은 관련 시스템의 운영을 중단시키고 재가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과금 수납업무가 마비됐다. 한편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2건의 사고도 시스템 오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시스템 오류에 따른 중단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산망 통합문제 재론되는가=이처럼 전산시스템 장애가 계속 나타나자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제기됐던 옛 주택은행과의 시스템통합에 대한 실패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작년 11월 2건의 장애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주택은행과의 통합과정에서 통합시스템을 낙후된 주택은행 시스템으로 정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구 국민은행 노조측은 두 은행의 통합과정에서 지난 2001년 10월 차세대시스템으로 전환한 국민은행의 신시스템을 버리고 5년 전 구축된 주택은행 전산시스템이 통합은행 시스템으로 결정됐다고 주장, 관심을 모았다. 이달 들어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다시금 시스템 선정 과정에서 선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통합전산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던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통합시스템을 운영한지 10여개월이 지난 마당에 선택의 실패를 지적하는 것을 적절치 못하다”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장애에 대한 대비는 물론 내년부터 구축에 들어가는 1조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에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표> 국민은행, 옛 주택은행과 전산통합 이후 발생한 시스템 장애 일지

 일자 내용 원인

 2002년 11월 4일 인터넷뱅킹 장애 시스템 오류

 2002년 11월 28일 입출금 업무 중단 시스템 오류

 2003년 6월 15일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업무 중단 백업작업시 다운

 2003년 6월 23일 연계 계좌 자동이체 업무 중단 시스템 오류

 2003년 6월 25일 공과금 수납업무 중단 정비작업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