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16)인천시 남구 정보접근센터를 찾아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은 얼마나 ‘유비퀴터스’한가? 대한민국의 인터넷 낙도(?)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정답은 ‘없다’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 동사무소나 면사무소를 찾아갈 수 있는 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동 및 읍·면지역의 99.7%에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역이나 계층, 소득 등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5동사무소에 마련된 ‘지역정보접근센터’도 지역주민 누구나 와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정보평등사회를 위한 인터넷 신경망의 한 부분이자 지역주민들의 정보접근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액세스 포인트(Access Point)’인 셈이다.

 6월의 따가운 햇빛도 조금은 힘을 잃은 오후 4시, 용현5동 정보접근센터의 컴퓨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9살 지강이와 종수였다. 동사무소 바로 앞 용현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이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후 함께 놀다가 이곳으로 왔단다.

 아이들은 온라인게임에 한창 열중이다. 왜 PC방을 안가고 이곳으로 왔느냐는 질문에 종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PC방은 엄마가 못가게 해요”라고 대답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동사무소 정보센터가 PC방보다는 좀 더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PC방의 유해환경도 피하면서 아이들이 인터넷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보접근센터의 취지에도 잘 맞을 듯하다.

 용현5동 김유곤 동장은 “어린이들이 게임을 통해 컴퓨터에 친숙해질 수 있고 장차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므로 게임을 해도 막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PC 4대가 놓인 작은 정보센터지만 지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관심과 꿈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쉽게 계량화할 수는 없어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사업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모두들 게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중학생은 “학교 숙제를 하러 왔다”면서 “인터넷을 활용한 과제에 정보접근센터가 요긴하다”고 말했다.

 김 동장은 “이 지역은 전형적인 중산층 지역으로 PC 보급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면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정보화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정보센터가 협소해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며 동사무소 신축시 정보센터를 확충해 주민 대상의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특히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정보화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반면 남구 노인복지회관에 자리잡은 정보접근센터는 처지가 좀 다르다. 이 지역 정보접근센터는 본래 인근 학익2동사무소에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공간문제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터넷 사용을 배우게 되리란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인터넷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 공간 마련을 우선하다보니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복지회관 방문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노인들. 컴퓨터 활용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접근센터가 먼저 생겨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컴퓨터와 담을 쌓고 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복지회관 원태철 과장은 “노인들 사이에서 컴퓨터교육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다”고 전한다. 특히 e메일 등을 통한 가족·손자와의 교류, 비슷한 연배 친구들과의 정보교환, 필요한 정보의 검색 등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 과장은 복지회관을 찾는 노인들이 정보화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정보접근센터를 활용한 PC교육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비와 강사. 원 과장은 “정보접근센터가 아무래도 인터넷 사용공간 마련에 중점을 두다보니 장소나 시설이 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시설이 확충되고 강사가 확보되면 센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복지회관은 이를 위해 일단 중고PC나 안쓰는 PC를 기증받는 ‘사랑의 PC’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보화교육이 이뤄지면 “현재 복지회관에서 실시중인 체조나 노래, 서예교육 못지않게 노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원 과장은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평등사회 구축을 위한 정보접근센터는 인천지역에서도 정보화의 기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기본을 넘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정보화의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다면 정보평등지수는 한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인터뷰-원태철 과장

 “시설과 강사가 가장 급하죠.”

 인천시 남구 노인복지회관에 설치된 ‘지역정보접근센터’ 책임자인 원태철 과장은 있는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현재 센터에 설치된 PC는 모두 7대. 복지회관을 찾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잠시 들러서 손자들에게 e메일이라도 보내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PC를 써본 경험이 거의 없는 노인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찾는 이가 많지는 않은 형편이라고 원 과장은 설명한다.

 그는 “정통부와 정보문화진흥원의 지원으로 노인들의 정보접근을 위한 기본 바탕은 마련된 셈”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노인들이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별단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씨가 뿌려졌기에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원 과장은 중고PC를 기증받아 노인교육에 활용하는 ‘사랑의 PC’ 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대기업의 복지재단 등 외부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서울과 인천의 여러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해온 노인복지 전문가인 원 과장은 노인들의 정보화욕구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손자에게 보내는 e메일 한통, 취미가 맞는 친구들과의 인터넷 카페 모임 등이 노년의 삶을 얼마나 풍요하게 아는지 알기에 그는 정보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찾고 있다.

◆정보접근센터는

 지역정보접근센터는 정보화환경이 취약한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이용시설을 전국 읍·면·동사무소 등 공공시설에 설치함으로써 지역간·계층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주민들의 접근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정보문화진흥원이 추진중인 사업이다.

 98년에 4개소의 정보이용실 설치를 시작으로 99년에 4개소, 2000년에 63개소, 2001년에 555개소를, 2002년에 248개소를 설치하는 등 현재 총 986개소의 정보이용시설을 설치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대다수의 읍·면·동 지역에 최소 1개소 이상의 정보이용시설이 마련됐다.

 지역정보접근센터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지역·소득·신체장애의 제한없이 균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양적 확대 위주에서 질적 활용 위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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