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의 독자회생이 또 다시 먹구름에 휩싸이게 됐다. 24일 열린 이사회가 무려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결과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의 외자유치 협상안 승인을 유보함으로써, 외자유치후 경영정상화라는 정상궤도를 찾는데 1주일을 유예하게 됐다. 경영권 인수를 노린 LG그룹측의 막후 협상이 결국 외자유치쪽으로 기울던 주주사와 이사회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 외자유치를 계기로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던 당초 시장의 기대는 이사회를 속개키로 한 다음달 3일로 미뤄지게 됐으며, 당분간 LG그룹과 주주사·외국인투자자들간의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통을 거듭한 이사회=하나로통신(대표 이인행)은 24일 10명의 이사진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중장기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사업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총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투자계약을 논의한 결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사회장을 떠나 인근의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 논의에서는 3000원으로 제시된 인수 금액에 대한 LG측의 문제제기에 따라 ’1주일간 결정을 유예하고 그 기간동안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어내자’는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 직전까지 반대입장을 고수했던 LG그룹과 달리, 당초 외자유치를 통한 조기 경영정상화에 무게를 두었던 나머지 이사진이 결국 LG의 논리에 설득당한 셈이다. LG그룹측 이사인 KIDC 남영우 사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3000원 안팎의 주당 인수금액은과 각종 불리한 부대조건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면서 “현재의 외자유치 조건에는 반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액면가(5000원) 이하의 증자를 위해서는 주총에서 출석 3분의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다, 증자후 주가하락의 부담 등이 막판에 이사진들의 결정을 힘겹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LG측의 논리와 이사진의 불분명한 입장이 부딪쳐 결정 1주일 연기라는 결론을 빚은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의 의중과 전망=이날 이사회에서 외자유치안이 승인될 경우 오는 7월로 열릴 예정된 임시주총도 불투명해졌다. 또한 일정대로 추진되면 다음달 30일께 이사회를 통해 현재 공석중인 최고경영자(CEO) 및 신규 이사회 멤버를 추천할 예정이었지만, 이 마저 취소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모든 주주사와 하나로통신이 갈구하던 외자유치를 LG측이 부결시키고자 노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은 겉으로는 1대주주로서 ‘헐값 매각’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를 통해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노린 강수 아니냐는 시각이다. 당초 LG측은 최소의 투자로 하나로통신에 이어 두루넷까지 인수한다는 구상이었고, 이를 위해선 외국인 주주의 경영권 인수를 용인할 수 없는 상황. LG그룹이 이사회를 하루 앞둔 23일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 차관의 영입을 전격 발표해 그룹 통신사업의 재도약을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LG가 통신계열사들의 경영체제를 재정비함으로써 통신3강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한다”면서 “이사회가 LG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에 힘을 실어줄지는 몰라도 하나로통신의 앞날은 혼미를 거듭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하나로통신은 LG그룹과 삼성·SK 등 주요 주주사, AIG-뉴브리지 컨소시엄 사이의 최종 줄다리기를 다시금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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