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0mm 웨이퍼 설비투자 의미

 삼성전자가 300㎜ 웨이퍼 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메모리분야 세계 선두자리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초로 알려진 13라인 신규 투자의 경우 초미세 공정기술인 나노(㎚)공정을 도입, 단순히 웨이퍼 생산량을 증대하는 차원을 넘어 웨이퍼당 생산성까지 배가시키는 등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선두업체인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하면서 그동안 불황 여파로 설비투자를 주저해온 인피니온·TSMC 등 후발업체들도 시장수성 차원에서 300㎜ 웨이퍼 라인 증설을 적극 고려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투자를 감행할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배경은 무엇인가=삼성전자가 300㎜ 라인 대규모 추가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의 경우 공급과잉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가격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삼성전자 기업설명회(IR) 자료에 12라인 페이즈2 설비투자 내용이 빠지면서 투자계획이 내년으로 순연될 것이라는 게 공론화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256메가D램 가격이 5달러선까지 오르는 등 시장상황이 호전되면서 최고경영진 사이에서 페이즈2 투자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와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면서 기존 6, 7, 8라인 등에서 D램 양산을 줄여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준 것도 13라인 신규투자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회복되는 반면 생산량은 오히려 주는 양상이라 대규모 신규투자에 대한 결단은 불가피했던 셈이다.

 ◇전망 및 파장=삼성전자는 300㎜ 웨이퍼 생산라인 추가 투자를 통해 D램 메모리 공급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300㎜ 웨이퍼는 200㎜ 웨이퍼에 비해 2.4배나 많은 메모리 소자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즈2까지 갖춘 12라인의 경우 월 2만5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하지만 메모리수로 따지면 200㎜ 웨이퍼 6만장 규모와 맞먹는다.

 이같은 생산성은 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진 13라인에서는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90나노급 미세공정을 도입하면 기존 0.13미크론 공정보다 칩집적도를 1.4배나 늘릴 수 있어 메모리수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D램분야 시장점유율 27%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삼성전자는 대규모 물량확보에 따른 시장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을 기점으로 300㎜ 웨이퍼 월 생산량이 4만장에 달하면서 그동안 이 시장을 선점해온 독일 인피니온과 대만 소자업체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전자의 신규 투자로 경영난에 허덕여온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모처럼 ‘단비’를 맞을 전망이다.

 12라인 페이즈2의 월 생산량이 페이즈1과 거의 비슷한 것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1조4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장비구입비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13라인 장비수주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장비업계로 수혈되는 셈이다.

 반도체 장비업체 한 CEO는 “페이즈2가 내년으로 순연됐을 경우 올해 장비 장사는 거의 개점휴업과 다름없었다”며 “삼성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경쟁업체의 투자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오랜만에 장비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화성공장 포화상태 임박=삼성전자가 13라인 설비투자를 서두르면서 화성반도체 공장 증설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화성공장은 현재 10라인, 11라인과 12라인 페이즈1이 들어서 있으며 12라인 페이즈2와 13라인 구축을 위한 클린룸이 마련된 상태다.

 수도권 공장증설 억제를 골자로 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 다음달부터 발효될 경우 기흥공장은 라인 2개를 증설할 수 있는 1개동 건물(14라인)을 지을 수 있는 부지만 남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부지가 거의 소진되면서 삼성전자는 13라인 이후 차기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설비투자는 라인별로 장비나 설비 투자가 중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공장 1개동만 놓고 차기 투자를 선뜻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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