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노동계에 강력 경고 배경

 경제5단체가 23일 급기야 ‘기업투자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며 정부에 초강경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은 노동계의 하투(夏鬪) 시작과 함께 정부·재계·노동계 3자간 대립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최근 상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실제로 조흥은행 사태는 한숨을 돌렸지만 이날 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의 파업돌입을 비롯, 24일부터 인천·대구·부산 지하철노조 등이 잇따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이번주가 올 하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장·부회장단 회의를 갖고 국가혼란과 경제파탄이 우려되는 총파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5단체는 특히 “정부와 노동계가 재계의 요구사항에 대해 귀를 귀울이지 않을 경우 고용을 줄이고 투자를 조정하거나 혹은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맞설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재계의 이번 회동은 노동계를 향해 일침을 가하는 하면 매번 노동계에 끌려다니는 정부를 향한 공격의 성격도 강하다. ‘밀면 밀린다’는 식의 힘의 논리에 눌려 매번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정부가 노동계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줄 것을 촉구하는 무력시위인 셈이다.

 ◇계속되는 파업=23일부터 내달 9일까지는 거의 매일 파업이 예고돼 있다. 건강보험직장노조와 지하철노조파업을 필두로 민주노총 4시간 시한부 파업 및 연가·조퇴투쟁(25일), 전국철도노조파업(28일), 금융노련이 포함된 한국노총 총파업(30일), 민주노총 시가집중 연대파업(2일), 보건의료노조 부분파업(9일) 등이 잇따를 예정이다.

 ◇힘의 논리에 밀리는 정부=정부는 재계에 매번 노동계의 집단행동에 밀리는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 22일 타결된 조행은행 노조파업에 대응에서도 정부가 노조의 전산마비 등 불법파업에 밀려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합의사항 발표 직후 친노동 성향의 참여정부가 불법파업을 감행한 조흥노조를 달래기 위해 신한지주에 양보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우세했다.

 앞으로 예정된 파업도 주5일 근무제와 경제특구 폐지, LPG세 인하 등 사업장별 이슈가 아닌 국가 주요정책을 내걸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재경부와 건교부등 7∼8개 부처에 파업의 쟁점이 분산돼 있지만 각 부처는 책임 전가를 막기위한 면피주의에 젖어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재계의 선전포고=경제5단체는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노동계에 총파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에 대해서도 불법파업에 대해 엄정 대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성명에서 5단체는 “정부가 노동계의 총파업 위협에 밀려 주요 정책을 변경하는 등 법과 원칙을 훼손한다면 경제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와 결단력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재계는 특히 정부와 노동계가 재계의 요구사항에 대해 귀를 귀울이지 않을 경우 고용축소, 투자재조정이나 해외이전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특히 재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불법행위는 고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노동계에도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계속되는 파업사태에 대해 정부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재계의 눈치까지 살펴야 할 상황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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