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따른 여파로 조흥은행 전산시스템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흥은행은 20일 오후 전산시스템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21·22일 주말 동안 시스템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곧이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며 결정을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파업으로 가장 우려했던 전산시스템 마비 사태라는 파국까지는 치닫지 않았으나 운영이 일시에 중단될 위험성은 계속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조흥은행 노조의 총파업 3일째인 이날 새벽 서울 논현동 전산센터에 잔류하던 조합원들이 추가로 빠져나가면서 이번 주말 전산시스템 운용에 차질이 예상돼왔다. 이날 새벽 노·정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조흥은행 논현동 전산센터에 남아있던 조합원 40여명 중 상당수가 현장을 이탈했다. 이와 함께 조흥은행 노조 측은 20일 현재 전산센터가 인력 부족으로 시스템 현황만을 관리하는 파행 운영이 지속되고 있어 23일부터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은행 측은 이날 오전 25명의 조합원이 이탈, 전산센터에는 76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혀 노조 측 발표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따라서 파업 첫날인 17일 전산센터 정규직 340여명 중 310여명이 이탈한 데 이어 이날 나머지 25명이 추가로 빠져나간 것이다. 전산담당 임원인 박내순 부행장도 이날 “현재의 인력으로 주말까지는 버틸 수 있으나 제 때에 임무 교대가 이뤄지지 않아 23일부터는 전산센터의 파행 가동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사태가 점차 악화되는 가운데 노조 측이 잔류 인력의 추가 이탈을 예고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정부·신한지주와 진행중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 측은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산시스템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자동화기기·폰뱅킹·인터넷뱅킹 등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여신·전산망에 관한 관리시스템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파업 3일째에 접어들면서 전산센터에 투입된 인력들의 피곤이 가중됨에 따라 이번주말을 고비로 정상 운영은 힘들 전망이다. 당초 대체인력만으로 전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혀온 정부와 조흥은행 측도 이날 인력의 추가 이탈로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할 경우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해 앞으로 정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3일부터는 은행 전산센터 다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또 금융결제원 산하의 금융공동망에서 조흥은행 시스템을 차단해 타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금감원 측은 이날 “아직은 (전산센터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전산망을 통해 이뤄지는 인터넷뱅킹, 현금인출기(CD),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개인고객의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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