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벤처지원 포럼]벤처산업의 현주소 진단과 대응방안

 전자신문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39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벤처산업의 현주소 진단과 대응방안(부제:벤처기업 M&A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최근 사업환경 악화와 더불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벤처업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M&A 활성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오해석 숭실대 교수)=지난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 오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인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지속되고 있는 벤처업계의 위기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벤처업계 여기저기서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조시용(중기청 벤처기업국장)=정부는 기본적으로 이전 정부와 같이 벤처육성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까지 양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전 정부하에서의 벤처정책이 많은 성과도 있던 반면 여러가지 부실과 버블을 형성한 점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현재는 과도기입니다. 지속적인 창업도 이뤄져야 하지만 창업만 있고 적절한 결합이나 진입, 퇴출이 되지 않는 시스템은 성장의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습니다. 창업 중심 정책하에서 직접 지원을 많이 해왔으나 앞으로는 민간의 역량이 성숙됐다고 판단,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간접 지원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이중석(KTIC M&A 이사)=지금의 벤처현안은 가능성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에 정부가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기업 인수합병(M&A)만 해도 효율적 자원활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급한 제도 개선 등은 시장의 입장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벤처기업의 공개(IPO)가 힘들어지는 시점에서 M&A는 벤처캐피털의 자금회수, 벤처기업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수단입니다. 현 정부에서는 좀더 심각하게 논의되길 기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벤처업계는 벤처 프라이머리CBO, 벤처캐피털의 줄 도산이라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게 될 것입니다.

 ◇곽성신(벤처캐피털협회장)=질적 성장이라는 신정부의 벤처지원 정책에 대한 방향성은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벤처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시장중심 체제하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현 정부는 시장 중심 지원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게 시장 중심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시장에 맡기겠다고 하면 미국처럼 초기의 엔젤, 벤처캐피털, 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중소기업청(SBA)처럼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김병제(코스닥위원회 팀장)=코스닥시장 운영과 관련된 최근의 움직임은 실망스럽습니다. 코스닥시장이 벤처산업을 비롯한 신성장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라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벤처와 코스닥시장의 속성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입니다. 하이리스크는 당연히 많은 문제들을 동반합니다. 이것은 특별히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이 문제가 있어서가 벤처 자체의 속성인 것입니다. 새 정부가 벤처기업특별법을 오는 2007년 폐지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벤처기업과 관련된 정책이나 시스템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말을 많이 듣습니다. 코스닥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거래소시장과 동일시 하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좀더 신중해야 합니다.

 ◇조영길(I&S법률특허사무소 대표변호사)=최근 벤처기업들의 사정을 보면 자금, 사업 모두 참혹할 정도입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던 기업들 대부분은 망했고, 대박의 꿈을 꾸며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벤처캐피털들도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년간 다양한 형태의 다이내믹한 시장 흐름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그 흐름에서 거품이 꺼져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은 이전 정부의 벤처지원정책 노력을 부정적인 시각하에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긍정적 싹마저 잘라버리려고 합니다. 방만한 운영이나 모럴해저드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하지만 창업의 싹은 지속적으로 육성, 발전시켜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창업정신과 도전정신의 소중함, 기업가적 자세와 마인드에 대한 존중과 인정, 이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기업도 이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윤재(전자신문 논설위원)=기업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것은 좋든 싫든 벤처정책에 대한 어떤식의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유행에 따라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육성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시장의 욕구는 외면한 채 일방통행적 사고방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떤 구체적 정책과 지원사항을 발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벤처 육성에 대한 의지, 최소한 벤처를 죽이지는 않겠다라는 의지 천명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사회=현재 벤처의 어려움은 시장 시스템의 동맥경화와 정부의 의지 부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좀더 실질적으로 접근,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이중석=제가 생각하는 벤처기업의 사이클은 5년입니다. 3년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다음부터는 사양길로 접어듭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가지고 시장에서 생존해 가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벤처의 M&A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벤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M&A 활성화가 필요한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M&A는 여전히 하기 힘든 작업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바로 제도적인 벽과 자금부족 때문입니다. 현재도 제도 개선과 관련, 여러 부처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같은 논의는 지난 98년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논의에만 그칠까 염려됩니다.

 ◇조영길=M&A는 시장에서 실력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걸러 성장시키고 도태시키는 순기능을 하는 중요한 코드입니다. 물론 일부에서도 제기하듯 M&A 과정상 과도한 규제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제의 운영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같은 규정을 갖고도 어떤식의 잣대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벤처 전반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부정적인 시각이 너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곽성신=M&A 제도 개선은 벤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장을 정부가 막고 있는 것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하에서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을 사고 파는 시장은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규제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합병 때는 신주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등 현물출자 때는 되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기업을 출자하는데 신주 발행이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정부는 규제와 감독을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규제를 통해 원천적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감독기법을 개발, 정당하지 않은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정책입니다.

 ◇조시용=정부의 벤처정책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는 시스템이 작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M&A와 관련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벤처라는 명칭을 쓰든 안쓰든 벤처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이전까지의 벤처정책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이에 대한 대책을 좀더 거시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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