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전시와 대덕밸리 동북아 R&D 허브 구축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 행사장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목은 기조 발제자로 나선 배순훈 동북아경제추진위원회 위원장에게 집중됐다.
단상에 선 배 위원장은 대덕밸리가 국내에서는 R&D의 메카로 어느 정도 인식될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과연 R&D 허브라고 인정하겠느냐며 ‘우물안 개구리’식의 R&D 허브론을 질타했다.
그의 쓰디쓴 훈계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배 위원장은 “대덕밸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외부로부터의 고립 문제”라며 “대덕밸리의 개방화를 위해 구성원들의 의식개혁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대덕밸리와 송도간 비교론.
그는 대덕밸리와 경쟁대상이 되고 있는 인천 송도가 15년 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첨단연구소 및 기업들을 유치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는데 정부로서는 도와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덕밸리에 대한 시각은 싸늘했다. 대전이 R&D 허브 구축을 위한 예산 문제로 중앙 정부에 기대서는 안되며 자구노력이 있을 때만이 정부의 예산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대덕밸리는 정부에서 구상하는 동북아 R&D 허브가 되기에는 자격이 모자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일부에서 대덕밸리와 송도간 비교우위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처럼 거의 직설적으로 표현한 인사는 없었다. 더욱이 발언자가 다름아닌 동북아경제중심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이날 행사는 결국 대덕밸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대덕밸리인들의 기대보다 부정적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또한 대덕테크노밸리를 조성중인 대전시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따끔하게 재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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