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정상화 "이제부터"

 SK(주) 이사회가 지난 15일 저녁 SK글로벌에 대한 8500억원 출자전환을 승인함에 따라 SK글로벌의 정상화 작업을 위한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또한 SK그룹의 해체위기도 넘겼으며 지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던 최태원 회장의 향후 재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번 채권금융기관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던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아 있는 위기극복을 위해 그룹의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글로벌, 궁극적으로는 SK그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까지 산적한 문제들이 즐비하다. SK 관계자가 밝혔듯이 SK(주) 이사회의 출자전환 승인은 단지 SK글로벌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향후 일정=채권단은 17일 오후 전체채권단협의회를 열고 SK글로벌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결정한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지난주 금융권역별로 의견을 수렴해 최종 채무재조정 방안을 각 채권기관에 통보한 상태다. 이 방안은 크게 캐시바이아웃(CBO:채권현금매입), 출자전환, 기존채무의 금융조건 재조정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단은 우선 금융기관별로 보유채권의 0∼100%까지 바이아웃으로 매각할 채권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채권기관들은 대부분 CBO를 택할 전망이지만 매각 최대한도가 2조8000억원이어서 바이아웃 신청규모가 이를 초과할 경우 신청비율에 따라 조정할 방침이다. 출자전환 등도 바이아웃 규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남은 과제,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채무재조정 방안이 확정되면 채권단과 SK글로벌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체결하게 된다. MOU 체결까지는 한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 각 계열사는 이때까지 SK글로벌과의 거래관계 유지를 보장하는 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이 밝힌 향후 5년간의 EBITDA(법인세와 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가이전 영업이익) 목표달성을 보장할 계열사의 확약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으며 SK그룹은 확약서를 제출키로 한 상태다. 그러나 해외채권단과의 협상문제 등 처리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채권단은 현재 해외채무 재정자문사인 UBS워버그를 통해 해외채권단과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으며 국내 채권의 채무재조정 방안이 17일 확정되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은 가능하면 해외채권단의 보유채권은 모두 바이아웃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지만 해외채권단 현금매입률 38%는 다소 유동적이다.

 또 SK(주)의 최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소액주주, 노조 등 SK(주)의 SK글로벌 지원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이들의 향후 법적대응은 또 하나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SK그룹의 앞날=SK글로벌이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그룹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되게 됐지만 당분간 그룹 운영은 표면적으로 손길승 회장 중심의 현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SK(주)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몇몇 주력 계열사들은 각사별 독자 영역확대와 이사회 기능강화가 예상된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그룹차원의 구조조정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6일 주식시장에서 SK글로벌은 정상화작업의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는 점에서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SK텔레콤, SK(주), SKC 등 다른 SK그룹 관련주는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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