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가 오는 25일 정부의 은행 매각방침 철회를 위한 총파업과 함께 전산망도 마비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조흥은행이 전산운영실를 비상운영체제로 전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조흥은행 전산망이 다운되면 우선 당좌결제와 어음교환 등 은행 주요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또 은행 창구 서비스, 자동화기기 운영, 인터넷뱅킹 등 고객과의 접점이 되는 일련의 서비스 중단사태도 발생, 개인고객들에 대한 피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직장인들의 월급일인 25일을 총파업일로 정한 노조의 의도도 이같은 상황을 적극 고려했음직하다.
그러나 전산망 다운에 의한 보다 근본적인 피해규모는 현재 조흥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데이터 유실 가능성에 더 큰 무게가 주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흥은행의 전산시스템이 패쇄형 메인프레임보다는 개방형 유닉스 계열로 분산돼 있어 전체 데이터 유실에 대한 위험성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 하지만 전산망이 다운되면 처리중인 데이터 등의 유실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지난주부터 전산시스템 비상 운용에 들어가 전산망 다운에 대비한 데이터 백업 계획과 이를 담당할 임시 운영인력 확보 계획의 수립에 착수했다. 전산운영실의 한 관계자는 “노조파업으로 전산망이 다운된 사례는 아직 없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고객데이터 유실이 가장 우려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백업 등을 담당할 임시 운영인력으로는 과거 전산운영실 출신 퇴직인력과 다른 업무로 전환된 간부급 인력 등이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IT 전문업체들에게도 인력파견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흥은행측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전산망 다운에 앞선 고객 예금의 유출이다. 전산망 마비로 인한 불안감으로 예금의 대거 인출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셈이다.
한편 금융 전문가들은 조흥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전산망 다운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노조들이 ‘전산망 다운’ 방침을 발표했으나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으며 대부분 협상카드의 일환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흥은행 노조도 강력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이나 최근에 벌어진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노조들이 ‘전산망 다운’ 계획을 공표했던 사례가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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