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막기` 진보·보수 맞손

 급증하고 있는 스팸을 막기 위해 미국의 진보와 보수가 손을 맞잡았다.

 최근 진보적 성향의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보수적 종교단체인 기독교연합(CC)과 공동으로 의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란물 및 마케팅 남용 방지법안(이하 스팸법)’을 발표했다.

 C넷에 따르면 이 법안은 국가가 ‘스팸 거부(Do Not Spam)’ 전자우편 목록을 만들어 관리하고 스팸으로부터 피해를 본 개인은 건당 1000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스팸법은 또 광고 전자우편의 경우 제목에 ‘ADV’라는 문구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슈머가 법안을 만들게 된 것은 최근 자신의 14살짜리 딸이 스팸 음란물의 홍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으나 이를 막을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

 슈머는 간담회에서 “미국의 어린이들은 폭력적인 TV쇼와 난잡스런 뮤직비디오로부터 오랫동안 위협받아왔으며 이제는 여기에 스팸까지 가세했다”며 “V칩이 부모에게 TV에 대한 통제권을 주었으며 스팸법은 그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통제권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석한 미 CC의 회장인 로베르타 콤스는 “원치 않는 인터넷 음란물의 폐해를 끝내기 위해 미 상원은 즉시 행동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머에 앞서 미 정치권에서는 각종 반 스팸법안을 쏟아냈었다. 콘래드 번스 공화당 상원의원(몬타나)은 지난 4월 반 스팸법안을 내놓았으며 조 로프그렌 공화당 하원의원(몬타나)도 같은달 스팸에 ‘ADV’ 문구를 부여하는 법안을 발표했었다. 또 이달 초에는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스팸 조사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마크 데이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도 ‘스팸 거부’ 목록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이 각각의 스팸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슈머의 법안이 처음이다. 슈머의 법안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는 대상에서 제외되며 집단 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슈머의 법안에 대해 직접판매협회(DMA)와 같은 일부 업계 단체가 ‘ADV’ 문구를 포함하지 않고 적법하게 대량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는 우회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스팸법이 합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고 스팸거부 목록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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