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긴축경영으로 하반기 투자위축
온세통신 등 후발업체들에서 시작된 통신시장 침체가 급기야 선발사업자들에까지 번지면서 이들이 일제히 긴축 비상경영에 돌입, 하반기 투자위축 등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동력 상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규시장 창출 등 통신서비스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IT산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정통부의 요구에 맞춰 상반기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했으나 최근 실적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정통부의 정책방향마저 불투명, 하반기 투자계획을 축소 조정하는 한편 현금확보에 주력하기 위해 비용절감 등 긴축경영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이달말 나올 정통부의 정책방향을 보고 난 다음 투자계획을 설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당초 올 투자계획인 6조734억원의 집행여부도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자칫 하반기 대규모 축소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근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2조4000억원의 올 투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상반기중 예정대로 집행하되 하반기 이후엔 긴축기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KTF도 올해 총 투자규모 1조2500억원 가운데 500억원 정도를 줄일 방침이다.
데이콤은 올해 1355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으나 상반기 현재 30% 가량만 집행했으며 파워콤도 당초 2475억원의 투자를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하기로 한 SK텔레콤도 불투명한 시장환경에 대비해 임직원 15%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과 함께 긴축경영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이에 따라 그간 통신사업자들이 수행해온 IT산업 성장동력의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으며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중소·벤처기업 등 후방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업의 지수 증가율은 지난해 중순부터 둔화돼 여타 업종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가 올해초를 기점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무작정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강제하기보다 신규 서비스 도입과 시장유도를 통해 현실적인 투자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후발사업자의 한 임원은 “통신시장이 침체되면서 금융권에서도 차입금 연장을 제한하는 등 목을 조여올 분위기”라며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