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는 ‘얼굴 없는 가수’였다. 그는 3장의 앨범을 내고 자그마치 3년간을 TV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활동했다. ‘하루’와 ‘보고 싶다’가 라디오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콘서트에 가서 얼굴을 본 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TV출연을 사양한 것은 ‘외모 때문에 활동에 구애받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 텔레비전에 나가 ‘얼굴이 어필하지 않으면’ 팔리던 앨범도 뚝 판매가 끊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너무 TV에 안나가다 보니 그것도 문제였다.
‘너무 하지 않느냐’는 팬들의 성화는 물론이요, 김범수 자신도 짜증이 스멀스멀 생겨난 것이다. TV에 나가지 않은 이유와 정반대의 이유 즉 ‘얼굴 때문에 TV에 못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김범수는 그 기분을 한마디로 “속이 터졌다”고 했다.
물론 편리한 점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기곡을 낸 가수지만 버스나 전철을 타고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스타의 짐인 ‘유명세’를 치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 4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 마침내 얼굴을 공개했다. 그리고 다시 3주가 지난 뒤 다시 그 프로에 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김범수의 가창력에 놀랐다. 그는 단박에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얼굴 없는 가수’에 대한 수절을 깬 그의 현재 심정은 어떠할까. 얼굴 없는 가수의 장단점처럼 ‘얼굴 벗은 가수’ 역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더라는 것이었다. 나빠진 점은 “버스를 탔더니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범수는 “갑작스레 공인이 된 느낌이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봄날은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보다는 후련함이 더 컸다. “오르지 못할 산을 오른 기분이다. 그동안 묵었던 체증이 확 풀리는 것 같다.”
김범수가 기뻤던 것은 비단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공개한 사실 때문은 아니다. 팬들이 자신의 가창력에 주목하는 게 고마웠다. 비로소 ‘노래의 힘’을 실감한 것이다. “대중들이 제대로 하는 것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거기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본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벗고 가수로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현실을 보니 또 가슴이 막힌다. TV에 출연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프로가 별로 없더라는 것이다. 순위프로는 문제가 있고 다른 연예프로에서 가수의 모습은 상당히 왜곡되어있다. 가수가 개그를 하고 퀴즈를 풀고 말솜씨를 자랑해야 한다. 가수로선 불필요한 것들이다.
김범수는 다시 선을 그어야 했다. “텔레비전에 출연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의 순위프로나 쇼프로에서 일부 가수가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면 나가지 않겠다.”
김범수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소감을 들으면서 우리의 가수가 얼마나 일그러진 현실에 처해있는가를 다시금 절감한다. 가수 지망생의 꿈은 노래를 불러 유명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보다는 TV에 나가 다른 재능을 보여야 뜬다. 유명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은 애처롭다. 한국 땅에서 ‘가수의 길’은 험난하다, 아니 슬프다.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 건지….
임진모(http://www.izm.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8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갤럭시에서도 애플TV 본다…안드로이드 전용 앱 배포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