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단이 무너지고 있다니

 안산 반월공단을 비롯한 인천 남동공단, 시화산업단지 등 수출의 심장부인 공단이 자금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다.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이 크게 줄어들자 대부분의 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을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제품의 성능향상에만 치중하고 있는가 하면 부도를 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더욱이 버티다 못해 공장운영을 포기하고 팔려고 내놓은 업체들이 연초보다 2배로 증가했다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케 해 준다. 오죽했으면 “제조업에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을까 싶다.

 공단이 붕괴되면 우리 산업에 엄청난 피해가 올 수 있다. 그 곳에는 많은 부품업체들이 입주해 있고 그들이 제품을 제때 생산하지 못하면 그것을 공급받지 못하는 세트업체들도 내수와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자칫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라도 나게 되면 그 자체도 문제려니와 그것은 세트업체들에 대부분 전가될 공산이 크다.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를 회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수출이 악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상당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통계청이나 산업은행, 상공회의소 등의 조사결과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심각하다.

 물론 기업체들이 처한 어려움은 일차적으로 기업체들의 자구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일이다.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을 통해 매출을 늘려나가는 것은 기업체들의 몫이다. 그렇지만 경기가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체들의 자생노력은 이제 극에 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상황은 좀 나아지겠지만 그것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보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기업체들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금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기업체들이 부도가 나 그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연구개발에도 공백이 생겼고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같은 일이 재차 발생된다면 우리는 경기가 회복돼도 그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기업체들이 처한 어려움은 인력난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이 자금난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출부진에 따라 자금이 부족한 기업체들이 자금을 빌리려 하더라도 부실채권을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은행도 적정한 담보물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니 담보 이상으로 대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다 하더라도 방법은 정부가 정책자금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적지 않은 규모로 정책자금을 지원해오고 있지만 기업체들이 처한 상황을 감안해 그것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업체들의 요구가 많은 정부의 시설융자 사업도 더욱 확대해 업체들의 숨통을 터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불황의 끝이 가까워져 온 것이라는 점이다. 현상황을 비상사태와 다름없다는 인식으로 기업체가 자구노력을 벌이고 정부가 지원을 더욱 늘리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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